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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의 엄마들 전쟁, 그 안에서 드러나는 진짜 권력은 무엇인가 2022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슈룹'은많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조선시대 왕실을 배경으로 하면서도,우리가 익히 알던 정적이고 위엄 있는 사극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입니다. 김혜수가 연기한 중전 임화령은 치마를 걷어붙이고 궁궐을 뛰어다니며,때로는 소리를 지르고,때로는 아들들 앞에서 무릎을 꿇기도 합니다.'슈룹'이라는 제목은 우산의 옛말로,자식들을 비바람으로부터 지키려는 어머니의 사랑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단순히 모성애를 다룬 작품이라고 보기에는,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너무나 복잡하고 날카롭습니다.16부작으로 완결된 이 드라마는최고 시청률 16.9%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사고뭉치 왕자들을 세자로 만들기 위한 중전의 분투기처럼 보이지만,실제.. 2025. 10. 22.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기계, ‘디트로이트’가 던지는 감정의 질문 “만약 인간과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이 있다면,그들을 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까?”이 단 한 문장이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Detroit: Become Human)』의 출발점이다.퀀틱 드림(Quantic Dream)이 2018년에 선보인 이 게임은표면적으로는 2038년 디트로이트를 배경으로 한 SF 어드벤처지만,실제로는 철학적 딜레마와 심리 실험이 결합된 ‘감정 실험 장치’에 가깝다.플레이어는 세 명의 안드로이드청소 로봇 ‘카라(Kara)’,특수 수사 모델 ‘코너(Connor)’,그리고 해방 운동 지도자가 되는 ‘마커스(Marcus)’ 의 시점을 오가며인간과 기계, 감정과 이성, 자유와 통제 사이의 복잡한 경계를 경험한다.그러나 이 게임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흥미로운 줄거리 때문이 아니다.『디.. 2025. 10. 21.
손연재, 예술성과 감정 표현력의 조율 리듬체조는 흔히 ‘기술의 경기’라고 불린다.현란한 기계 체조처럼 높이 뛰고,완벽한 각도로 도는 동작들이 관중의 탄성을 자아낸다.그러나 리듬체조가 가진 진짜 매력은 단순한 운동 능력을 넘어선 곳에 있다.그것은 음악과 하나가 되고,몸을 도구로 삼아 감정을 이야기하는 ‘예술’의 차원이다.이 점에서 손연재는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다.그녀의 무대에는 항상 서사가 있었다.리본 하나,후프 하나를 휘두르는 동작에도 감정의 기승전결이 담겨 있었고,표정 하나에도 스토리가 녹아 있었다.손연재는 단순히 점수를 위한 연기를 하지 않았다.그녀는 관중과 소통했고, 감정을 전달했다.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녀를 전 세계 팬들에게 사랑받게 만든 이유다. 그녀의 경기 영상을 보면‘체조 선수’라는 말보다 ‘무용수’ 혹은 ‘배우’라는 단어가 떠.. 2025. 10. 20.
레버넌트, 복수심과 생존 본능의 감정 연료 영화 『레버넌트(The Revenant, 2015)』는 단순한 서부 생존극이 아니다.이 작품은 인간이 가장 극단적인 상황에 몰렸을 때어떤 감정이 그를 살게 만들고,어떤 욕망이 끝까지 발걸음을 움직이게 하는가를잔혹하고도 처절한 방식으로 묻는다. 19세기 초 북미 대륙의 혹독한 황야를 배경으로,주인공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곰에게 공격당해죽음 직전까지 몰린다.그러나 더 큰 고통은 그의 육신을 찢은 발톱이 아니라,눈앞에서 아들을 죽이고 떠나버린 동료 피츠제럴드(톰 하디)였다. 죽음조차 자비처럼 느껴지는 절망의 한가운데에서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오직 하나, 복수였다.『레버넌트』는 바로 이 “복수심”이 단순한 증오를 넘어‘살아남고자 하는 이유’로 어떻게 전환되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가 강렬.. 2025. 10. 19.
‘비밀의 여자’, 집착과 왜곡된 감정의 폭발 사랑이라는 감정은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누군가는 그것을 통해 성장하고,또 누군가는 그것을 통해 구원받는다.그러나 그 사랑이 일정한 선을 넘는 순간,그것은 더 이상 따뜻한 감정이 아니다.집착으로 변하고,통제하려는 욕망이 되고,결국 상대를 파괴하는 독으로 바뀐다.드라마 ‘비밀의 여자’는 바로 그 변질된 감정의 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표면적으로는 사랑과 복수,비밀과 음모가 얽힌 멜로드라마이지만,그 안을 들여다보면인간 내면의 어두운 욕망이얼마나 쉽게 감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지를 집요하게 파헤친다.특히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향해 쏟아내는 집착과 오해,그리고 왜곡된 감정의 폭발은단순한 극적 장치를 넘어 현대 사회가 직면한 심리적 문제를 그대로 반영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지배하려는 욕구,자.. 2025. 10. 18.
‘데드 스페이스’, 고립 공포와 불안의 감정 설계 공포 게임을 처음 접할 때 대부분의 사람은 괴물이나 살인자,혹은 피 튀기는 장면을 떠올린다.하지만 진짜 공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심장이 두근거리는 이유는 눈앞에 있는 괴물이 아니라,그것이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 때문이다.그리고 그 상황을 치밀하게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공포 게임의 본질이다. 2008년 EA가 출시한 ‘데드 스페이스(Dead Space)’는이런 공포의 정의를 완전히 다시 쓴 게임이다.이 게임에는 고전적인 좀비도,미친 살인마도 등장하지 않는다.대신 플레이어는 광대한 우주 한가운데 고립된 채,하나의 폐선 우주선을 떠돌며 알 수 없는 존재와 싸운다.눈앞의 위협보다 무서운 것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며,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는 절망이다.주인공 아이작 클라크는 전투 전문가도 아니고, 군인도 .. 2025.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