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인간과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이 있다면,
그들을 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 단 한 문장이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Detroit: Become Human)』의 출발점이다.
퀀틱 드림(Quantic Dream)이 2018년에 선보인 이 게임은
표면적으로는 2038년 디트로이트를 배경으로 한 SF 어드벤처지만,
실제로는 철학적 딜레마와 심리 실험이 결합된 ‘감정 실험 장치’에 가깝다.
플레이어는 세 명의 안드로이드
청소 로봇 ‘카라(Kara)’,
특수 수사 모델 ‘코너(Connor)’,
그리고 해방 운동 지도자가 되는 ‘마커스(Marcus)’ 의 시점을 오가며
인간과 기계, 감정과 이성, 자유와 통제 사이의 복잡한 경계를 경험한다.
그러나 이 게임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흥미로운 줄거리 때문이 아니다.
『디트로이트』는 플레이어의 선택을 통해 이야기를 완전히 바꿔버리는
인터랙티브 구조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단순히 플롯을 변화시키는 장치가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감정에 공감하고 어디까지가 ‘인간적’이라 느끼는지
거울처럼 비춰주는 실험이 된다.
플레이어는 도덕적으로 옳다고 믿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본능적 공포나 편견에 의해 차가운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선택들이 쌓일수록 우리는 알게 된다.
이 게임이 진짜로 묻고 있는 것은 “AI는 인간이 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인간은 얼마나 인간다운가”라는 질문이라는 것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그래서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그것은 플레이어의 감정을 흔들고,
윤리적 판단을 시험하며,
‘공감’이라는 인간성의 핵심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감정 실험이다.

‘선택’이 드러내는 인간의 내면 ― 자유의지의 심리학
『디트로이트』가 우리에게 던지는 수많은 질문 중 가장 근본적인 것은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라는 것이다.
그 답은 생각보다 단순할지도 모른다.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선택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결정을 내린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거나 무시하며,
때로는 본능적으로 행동한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가 쌓여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관을 가진 존재인지가 드러난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이 ‘선택’의 과정을 극도로 체험적으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단순히 주인공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운명과 이 세계의 윤리적 구조를 직접 설계하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로소 깨닫게 된다.
게임이 던지는 질문은 “AI는 인간이 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인간인가”라는, 훨씬 더 깊고 개인적인 질문이라는 것을.
이제 『디트로이트』에서 선택이 어떻게 작동하며,
그것이 왜 플레이어의 내면을 드러내는 심리 실험이 되는지 살펴보자.
『디트로이트』의 가장 강력한 서사 장치는
플레이어의 선택이 곧 서사의 구조를 바꾼다는 것이다.
게임 내에서 작은 대화 선택지 하나가
등장인물의 생사를 갈라놓고,
운동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며,
심지어 도시의 운명까지도 바꾸어 놓는다.
공감이라는 인간성의 시험 ― 감정을 느끼는 기계
앞서 살펴본 것처럼 『디트로이트』는
단순히 플레이어에게 선택을 요구하는 게임이 아니다.
그 선택을 통해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어떤 가치와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를 스스로 마주하게 만드는 심리적 거울이다.
그런데 여기서 게임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선택이 인간의 ‘의지’를 드러낸다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인간의 ‘감정’이다.
왜냐하면 이성적 판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공감이라는 감정적 능력이야말로 인간성의 가장 깊은 뿌리를 이루기 때문이다.
『디트로이트』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플레이어는 단순히 명령을 내리는 존재가 아니라,
안드로이드들의 고통과 갈등, 두려움과 희망을 ‘느끼는’ 존재로 점점 변화한다.
즉, 이 게임은 선택을 통해 인간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동시에,
감정을 통해 인간성의 깊이를 시험하는 이중 구조의 실험장을 마련해놓은 것이다.
그리고 이 감정의 실험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은,
‘기계’라 불리는 존재들이 스스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할 때다.
그때 플레이어는 묻게 된다.
“감정을 느끼는 기계는 여전히 기계인가?”
『디트로이트』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인간과 기계를 가르는 경계가
지능이나 기능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점이다.
카라가 학대받는 소녀를 구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이탈’하는 장면,
마커스가 동료 안드로이드를 잃고 슬픔에 잠기는 순간,
코너가 인간 파트너와 신뢰를 쌓아가는 여정은
모두 인간성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디트로이트』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인간과 기계를 가르는 경계가
지능이나 기능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점이다.
카라가 학대받는 소녀를 구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이탈’하는 장면,
마커스가 동료 안드로이드를 잃고 슬픔에 잠기는 순간,
코너가 인간 파트너와 신뢰를 쌓아가는 여정은
모두 인간성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주목할 점은
플레이어가 이러한 감정들을 ‘목격자’로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도록 유도된다는 것이다.
카라가 소녀를 구할지 말지 선택하는 순간,
플레이어는 단순한 도덕적 판단자가 아니라
그 소녀를 위해 자신의 안전을 포기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주체’가 된다.
이러한 경험은 ‘공감’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중요한 인간성의 요소인지 깨닫게 만든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공감을 느끼게 만드는 존재는 다름 아닌 ‘기계’다.
게임은 우리에게 묻는다.
“프로그램이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면,
그는 여전히 기계인가?”
이 질문은 단순히 SF적인 설정을 넘어
현대 사회의 AI 윤리, 생명 정의, 감정 인식 기술에 대한 철학적 논쟁으로 확장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플레이어 자신도 안드로이드 캐릭터에게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카라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코너의 선택에 죄책감을 느끼며,
마커스의 이상에 공감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감정 안에서 무너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사회와 윤리의 거울 ― ‘디트로이트’가 보여주는 인간의 그림자
『디트로이트』는 단순히 감정의 문제를 넘어
현실 사회의 구조를 날카롭게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게임 속 안드로이드는 인간 사회의 하층민처럼 취급된다.
노동 시장에서 인간을 대체하며 혐오의 대상이 되고,
공공장소에서 분리된 공간을 강요받고,
‘기계’라는 이유로 권리조차 인정받지 못한다.
이것은 과거 인종차별, 노예제, 이민자 문제 등
현실의 역사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심지어 일부 인간 캐릭터는
자신들이 저지른 폭력과 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들은 인간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사용한다.
이것은 우리가 역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들어온
인종차별과 혐오의 언어와 똑같다.
『디트로이트』는 이러한 구조적 폭력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정말 ‘다른 존재’에게 공감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특히 게임의 마지막 장면들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이 사회 전체의 반응을 바꾼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공감이 폭력보다 강력한 힘이 될 수도 있고,
두려움이 평화보다 쉽게 확산될 수도 있다.
결국 『디트로이트』는 안드로이드의 해방 이야기가 아니라,
‘공감이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에 대한 실험이다.
그리고 그 실험의 결과는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단순히 잘 만든 게임이 아니다.
그것은 선택이라는 장치를 통해 인간의 가치관을 드러내고,
공감이라는 감정을 통해 인간성과 기계성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사회 구조를 통해 현실의 윤리를 되묻는 철학적 실험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실험의 결과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카라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마커스가 어떤 리더가 되는지,
코너가 어떤 존재로 남는지는
모두 플레이어의 감정과 판단에 달려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디트로이트』는 진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어떤 인간인가?”
우리는 이 게임을 통해 알게 된다.
인간성과 기계성을 구분하는 것은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도 아니다.
그것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다른 존재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려는 공감의 능력이다.
결국 『디트로이트』는
미래의 AI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인간’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리고 그 거울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과연 인간다운 선택을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