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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 ‘Spicy’는 왜 낯설게 멋있는가? 에스파(aespa)의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많은 이들은 ‘강렬하다’, ‘차갑다’, ‘미래적이다’라는 단어를 떠올렸다.데뷔곡 ‘Black Mamba’부터 이어진 세계관 중심의 곡들은기계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지녔고,‘Savage’나 ‘Next Level’ 같은 곡들은전형적인 K-POP 걸그룹의 서사보다는 실험적이고 파편화된 구성,다층적인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웠다.그래서 에스파는 ‘낯설지만 중독성 있는 그룹’이라는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구축해왔다. 그러나 ‘Spicy’의 등장은 이 이미지에 미묘한 균열을 만들었다. 이전까지 에스파의 세계관과 음악은 첨단 기술, 가상세계, 비현실적 서사를 바탕으로 한 ‘SF적인 감각’이 강했다. 그런데 ‘Spicy’는 마치 미국 하이틴 영화 속 여름 파티 장면에서 튀어나.. 2025. 8. 17.
디스코 엘리시움, 철학하는 게임의 한계 실험 게임은 본래 오락의 영역이었다.조작과 규칙 속에서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행위,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과 재미가 핵심이었다.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며 게임은 더 이상 단순한 ‘놀이터’에 머물지 않게 되었다.특히 스토리텔링과 세계관 구축 기술의 발달은게임을 문학, 영화와 같은 예술 장르와 대등하게 만들었다.이제 게임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도구를 넘어‘사고’를 자극하고 ‘철학’을 실험하는 장이 되었다. 이 변화의 선두에는 ZA/UM 스튜디오가 만든 디스코 엘리시움(Disco Elysium)이 있다. 이 게임은 전통적인 RPG 문법을 대부분 제거했다. 전투 시스템은 최소화됐고, 대신 대화와 내면 독백, 선택지가 플레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심지어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캐릭터의 정체성조차 불분명하다... 2025. 8. 16.
황선홍 감독의 감정 제어 방식 스포츠 경기에서 감독의 표정과 제스처,목소리의 톤은 단순한 개인 성향을 넘어 팀의 분위기와 경기력에 직결된다.열정적인 지도자가 벤치에서 크게 소리치며 선수들을 독려할 수도 있지만,어떤 지도자는 차분한 표정과 담담한 말투로 경기를 바라본다.그 차이는 단순히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감정을 어떻게 다루는가’라는 문제와 연결된다.한국 축구 역사 속에서이런 ‘감정 제어’의 중요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황선홍 감독이다. 황선홍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강철 멘탈’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국가대표와 K리그 무대에서 그는 수많은 압박 상황과 부상, 그리고 언론의 뜨거운 주목을 받으며 경기를 치렀다. 그런 경험 속에서도 그는 감정 기복을 드러내지 않는 모습으로 .. 2025. 8. 16.
세븐틴 ‘손오공’ 무대가 전달한 힘의 미학 세븐틴(SEVENTEEN)의 ‘손오공’ 무대는 단순한 K-POP 공연을 넘어선,하나의 완결된 예술 작품처럼 느껴진다.무대를 구성하는 음악, 안무, 표정, 무대 연출,그리고 멤버들의 호흡은 마치 정교하게 설계된 건축물처럼 치밀하다.그러나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내는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힘’이다.여기서 말하는 ‘힘’은 단순히 근육에서 나오는 물리적인 힘만이 아니라,음악의 리듬과 결합된 에너지, 관객을 압도하는 집중력,그리고 감정을 쥐고 흔드는 장악력을 의미한다. ‘손오공’이라는 곡은 제목부터 강렬하다. 서유기 속 인물 손오공은 하늘과 땅을 가르는 초월적 존재이자, 자유와 변화를 상징한다. 세븐틴은 이 상징성을 현대적인 무대 위로 소환해, 인간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듯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특히 이 무대에.. 2025. 8. 16.
레드 데드 리뎀션2, 인간성과 선택의 무게 19세기 말 미국 서부, 문명과 야만이 교차하던 시기.마을과 철도는 점차 서부의 광활한 황야를 잠식하고,총과 마차가 지배하던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바로 이 격변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임,〈레드 데드 리뎀션 2〉(Red Dead Redemption 2)는단순한 오픈월드 서부극을 넘어,인간성과 선택의 의미를 깊이 탐구하는 서사적 걸작으로 평가받는다.이 작품의 중심에는 주인공 ‘아서 모건’이 있다. 그는 무법자 집단인 더치 반 더 린드 갱의 핵심 멤버로, 살인과 약탈을 서슴지 않는 삶을 살아왔지만, 동시에 동료를 아끼고 나름의 도덕 기준을 지키려는 복잡한 인물이다. 플레이어는 아서의 시선을 통해 황량한 서부를 여행하며, 법과 무법, 선과 악, 그리고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에서 끊임없는 선택을 .. 2025. 8. 15.
이대호 은퇴 인터뷰에 담긴 리더의 책임감 2022년 가을, 한국 프로야구의 한 페이지가 조용히 넘어갔다.‘조선의 4번 타자’라 불렸던 이대호가 은퇴를 선언하며20년 가까운 프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것이다.그의 은퇴는 단순히 한 시대를 풍미한 거포의 퇴장만을 의미하지 않았다.오히려 많은 팬들과 후배 선수들,그리고 스포츠계 전반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왜냐하면 그의 마지막 인터뷰 속에는 단순한 개인 회고가 아닌,리더가 가져야 할 책임감의 철학이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은퇴 소감에서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거나 자신의 기록을 길게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팀을 위해 감수했던 부담과 후배들을 위해 선택했던 행동들, 그리고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 했던 마음을 차분히 이야기했다. “리더는 팀이 힘들 때 앞장서야 한다”라는 그의 말은 단순한 .. 2025.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