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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도 감정이 필요하다 – 『이터널스』가 전하는 인간성의 가치

by 궁금해봄이6 2025. 9. 24.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지난 10여 년간

수많은 히어로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희생, 정의를 탐구해왔다.
그중에서도 영화 『이터널스』는 조금 다른 길을 걷는다.


히어로가 아닌,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살아온 불멸의 존재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그들의 정체성과 감정적 결핍을 깊이 조명한다.

 

일반적인 슈퍼히어로 영화는

화려한 액션과 권선징악의 서사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터널스』는 초능력의 화려함보다

그 힘을 지닌 자들이 겪는 내적 고통과 감정적 고립에 집중한다.


수천 년 동안 지구에 머물렀지만 인간 사회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지 못한 채,

‘임무’라는 틀 속에서만 살아가는 그들의 삶은

신화 속 신들보다 차갑고 단절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이 불멸의 존재들을 완벽한 신으로 그리지 않고

오히려 감정을 잃어버린 불완전한 존재로 묘사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강력한 힘을 가졌지만 기쁨과 슬픔,

사랑과 상실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다.
불멸이라는 선물이 동시에 감정을 제한하는 족쇄가 된 셈이다.

 

결국 영화는,

이러한 결핍이 이터널스의 약점이자 동시에

인간성과 맞닿을 수 있는 가능성임을 보여준다.
『이터널스』는 불멸의 영웅들이 어떻게 감정을 되찾고,

그 감정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선택과 희생을 하게 되는지를 서사 전반에서 탐구한다.


이 글에서는,

세 가지 흐름을 따라 불멸 존재의 감정 결핍과 회복이라는 주제를 분석해본다.

신에게도 감정이 필요하다 – 『이터널스』가 전하는 인간성의 가치
신에게도 감정이 필요하다 – 『이터널스』가 전하는 인간성의 가치

불멸의 존재가 감정을 잃어버리는 순간

이터널스는 수천 년 동안 지구에 머물렀지만

인간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지 못했다.
그들은 인간처럼 사랑에 몰두하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불멸이라는 특성은

그들을 언제나 한 발짝 떨어진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든다.

이는 영화 속 대사와 행동으로 분명히 드러난다.
그들의 태도는 차갑고 계산적이며,

때때로 ‘임무 수행 로봇’처럼 보인다.


특히 이카리스와 세르시의 관계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불멸 존재의 고뇌를 상징한다.

여기서 핵심은 ‘시간’이다.
시간이 무한히 주어진 존재는 순간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다.
삶의 무게가 사라지고 감정은 희미해진다.


『이터널스』의 감정 결핍은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불멸이라는 개념이 가진 철학적 한계를 드러내는 장치다.

이러한 결핍은 단순히 캐릭터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집단 전체의 균열을 낳고,

사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갈등을 만든다.


불멸이라는 축복이 오히려 인간과의 단절을 심화시키며,

서로조차 이해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여기서 관객은 질문한다.
“과연 영생은 축복일까, 아니면 감정을 앗아가는 저주일까?”

 

더 나아가,

길가메시와 마카리 같은 인물은

감정을 갖고 있음에도 표현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준다.
길가메시는 동료를 보호하며 희생적 사랑을 품지만

그것이 온전히 발현되지 못한다.
마카리는 인간의 문화와 교류에서 즐거움을 느끼지만,

불멸의 한계는 그 감정마저 제한한다.

따라서 감정은 존재하되 불멸이라는 족쇄에 갇혀 점차 퇴색해가는 것이다.
관객은 이 장면을 통해

불멸이 삶의 의미를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성을 앗아갈 수 있음을 목격한다.

 

이처럼 불멸의 존재들이 감정을 잃어버리는 과정은

단순히 추상적인 철학이 아니라,

구체적인 장면을 통해 더욱 실감나게 드러난다.


세르시와 이카리스의 관계는 사랑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거나 깊게 발전시키지 못한다.
수천 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사랑은 순간의 불꽃처럼 사라지고,

감정은 기억의 일부로만 남는다.


여기서 불멸의 삶은 오히려 감정의 무게를 덜어내고,

중요한 순간조차 덧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관객은 이러한 장면에서 공감과 동시에 소외감을 느낀다.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인간적인 기쁨과 슬픔도

결국 사소한 것처럼 여겨질 수 있음을 떠올리게 된다.
이때 불멸은 축복이 아니라 감정을 갉아먹는 무서운 저주로 변모한다.


즉, 『이터널스』는 불멸이라는 소재를 통해

‘삶의 순간과 감정은 유한하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다’라는

역설을 강하게 부각시킨다.

 

감정 결핍이 불러온 균열과 갈등

감정의 부재는 곧 공동체의 균열을 불러온다.

이터널스는 하나의 팀으로 지구를 지켜야 하지만,

공허와 고립은 결국 그들을 분열시킨다.
임무의 의미를 의심하는 순간 관계는 흔들리고,

신뢰는 깨진다.

 

드루이그는 인간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인류가 고통받는 모습을 방관해야 하는 자신들의 임무에 깊은 회의를 느낀다.
반면 이카리스는 감정보다 의무를 우선시하며 임무에 맹목적으로 충실하다.
이 차이는 결국 팀 내 갈등으로 이어진다.
감정의 부재가 공동체를 붕괴시키는 원인이 된 것이다.

더 나아가, 이 갈등은 인류와의 관계에서도 문제를 일으킨다.
감정을 억누른 채 살아온 이터널스는 인간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보호자가 아닌 관찰자에 불과해진다.
‘신과 인간의 관계’가 모순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여기서 영화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감정 없는 충성심’은 결국 파괴로 이어지고,

‘감정에서 비롯된 의심’은 분열을 만들지만 인간적 가능성을 남긴다.
즉, 감정은 집단을 무너뜨리는 동시에 새로운 희망을 낳는 양날의 검이다.

 

아약과 이카리스의 갈등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아약은 인간과 감정을 매개로 연결되려 했지만,

이카리스는 임무만을 절대화한다.
이 차이는 공동체를 파괴하는 결정적 원인이 된다.
관객은 이 장면에서 의무와 감정의 대립이라는 보편적 딜레마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 역시 현실에서 종종 책임과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며,

때로는 감정을 억누른다.
『이터널스』는 그 파괴적 결과를 통해 감정의 가치를 다시 깨닫게 만든다.

 

갈등은 단순히 내부적 분열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터널스가 감정을 억누른 채 살아가면서 인간과의 교류는 점점 더 단절되고

, 그 결과 ‘보호자’라는 본래의 임무마저 흔들린다.
인간은 그들을 영웅으로 기억하지 못하고,

때로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즉, 감정 결핍은 단순한 개인적 약점이 아니라

이터널스와 인류 전체의 관계를 왜곡시키는 거대한 장벽이 된다.

특히 드루이그의 고뇌는 감정 결핍이 낳는 집단적 문제를 잘 보여준다.
그는 인간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고,

결국 집단과 갈라서기를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감정이야말로 타인과의 유대를 지탱하는 핵심임을 깨닫게 된다.


감정을 억압한 이카리스와,

감정을 끝내 외면하지 못한 드루이그의 대비는

영화의 중요한 긴장축을 형성한다.

 

따라서 『이터널스』가 보여주는 갈등은 단순히 팀워크의 붕괴가 아니다.
그것은 곧 ‘감정 없는 신’이 어떻게 인간과 함께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비극적 서사다.
이는 곧 현대 사회에서도

인간관계와 공동체가 감정 결핍으로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은유한다.

 

감정의 회복과 인간성으로의 귀환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단순한 전투가 아니다.
이터널스가 감정을 되찾는 순간이 곧 서사의 완성이다.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며,

사랑과 연대라는 인간적 가치를 통해 다시 하나가 된다.
불멸의 존재조차 감정 없이는 선택도 희생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특히 세르시의 선택은 감정 회복의 정점을 이룬다.
그녀는 인간을 사랑하고,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한다.
불멸의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감정을 통해 ‘왜 살아야 하는가’를 깨닫는 과정이다.

 

길가메시는 동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드루이그는 인간의 고통에 공감하며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이터널스는

불멸의 힘이 아니라 감정을 통해 진정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감정은 집단의 균열을 봉합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만든다.
그 결과 불멸의 존재조차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영화는 관객에게 묻는다.
“우리는 감정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삶의 무게를 피하려고 무감각 속에 숨은 것은 아닌가?
『이터널스』는 감정이 인간의 약점이 아니라 진정한 힘임을 역설한다.

 

세르시를 비롯한 이터널스의 선택은 단순한 영웅적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감정이 인간성과 불멸의 틈을 잇는 다리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슈퍼히어로의 진정한 힘은 초능력이 아니라,

감정을 통해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는 능력에 있음을 영화는 강조한다.

 

『이터널스』는 표면적으로는 슈퍼히어로 영화이지만,

내면에는 불멸과 감정이라는 철학적 질문이 담겨 있다.
불멸의 존재들이 겪는 감정 결핍은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인간성의 본질을 비추는 거울이다.

 

영화는 우리에게 전한다.
감정은 약점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이라고.
그리고 그 감정이야말로 불멸보다 더 강력한 가치라고.

삶에서 중요한 것은 길이가 아니라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의 깊이다.


『이터널스』는 화려한 액션 뒤에 숨어 있는 진실,

즉 감정을 가진 존재로서의 인간성을 다시금 일깨운다.

결국 불멸은 결핍을 낳지만,

감정은 회복을 가능케 한다.
『이터널스』는 이 단순하면서도 근본적인 진리를

서사와 캐릭터를 통해 강렬하게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