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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은 왜 ‘공허를 채우는 얼굴’이 되었을까? 사람의 얼굴에는 그 시대가 투영된다.얼굴은 단순한 생김새가 아니라, 집단이 공유하는 기분과 욕망,두려움과 기대를 통과해 우리 앞에 나타나는 일종의 스크린이다. 배우 송강을 둘러싼 ‘공허를 채우는 얼굴’이라는 표현은 그래서 흥미롭다.공허는 결핍과 같아 보이지만,사실은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여백이기도 하다. 디지털 피로와 과잉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점점 더 강렬한 표정보다 ‘비워진 표면’에 오래 머문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짧은 영상의 홍수 속에서관객은 서둘러 의미를 결정하기보다 자신의 마음을 투사하고 싶어 한다.이때 배우의 얼굴이 지나치게 규정적이면 투사할 틈이 없다.반대로 표정이 크지 않으면서도눈동자와 미세한 근육의 떨림으로 여백을 열어두는 얼굴은관객의 감정을 부드럽게 흡수한다.송강은 바로 그 지점에서 .. 2025. 8. 7.
언더테일, 당신의 선택은 얼마나 윤리적인가? 게임은 오랫동안 재미, 경쟁, 모험의 세계로 인식되어 왔다.적을 물리치고, 보스를 쓰러뜨리고,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가는 것이 익숙한 규칙이었다.하지만 게임이 점점 서사와 감정의 깊이를 갖기 시작하면서,단순한 ‘승리’가 아닌‘선택’과 ‘의도’가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기 시작했다.게임 속에서 플레이어는 단지 조작하는 존재가 아니라,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를 감내하는 존재가 되었다.그런 의미에서 언더테일(Undertale)은 전례 없는 질문을 던진 게임이다.“당신은 왜 싸우는가?” “살려줄 수 있었는데, 왜 죽였는가?”라는 질문은단순히 게임 메커니즘에 대한 것이 아니라,플레이어의 도덕성과 선택의 기준을 향하고 있다. 2015년, 인디 게임 개발자 토비 폭스(Toby Fox)에 의해 만들어진 이 게임은 독특한.. 2025. 8. 6.
김연경은 어떻게 공감하는 리더가 되었나 리더십 하면 우리는 종종 강인함, 결단력, 추진력 같은 단어를 떠올린다.위기 상황에서 흔들림 없이 앞장서 나아가는 리더,팀원들을 질서 정연하게 이끄는 카리스마 있는 존재.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달라지면서,리더십의 정의도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이제는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함께 아파하고 웃을 줄 아는‘공감형 리더십’이 더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이런 변화의 중심에, 한국 배구의 살아있는 전설 김연경이 있다. 김연경은 단순히 실력만 뛰어난 선수가 아니다. 그는 코트를 뛰어다니며 경기를 지배하는 동시에, 팀원들의 감정을 읽고 보듬고 때로는 웃음을 주는 공감형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배구팀은 세계적인 강호들을 상대로 놀라운 투지를 보여주며 4강까지 진출했.. 2025. 8. 6.
피지컬:100, 리더십은 어떻게 드러나는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피지컬:100》은 단순한 예능이 아니다.이 프로그램은 인간의 육체가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자, 극한의 상황 속에서 개인과 집단이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를 관찰하는심리적 실험장이기도 하다. 수많은 스포츠 선수, 특수부대 요원, 체조선수, 보디빌더,운동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가장 완벽한 피지컬을 가진 단 한 명을 가리는 이 대결은'근육의 전쟁'처럼 보일지 몰라도,시간이 갈수록 시청자들은 놀라운 사실 하나를 깨닫게 된다.이 싸움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단순한 근력이나 체력이 아니라,바로 ‘리더십’이라는 점이다. 극한의 피로, 집단 미션, 제한된 자원, 낯선 사람들로 구성된 팀 안에서 누가 중심을 잡고, 어떻게 협업을 유도하며, 실패 이후에는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가. .. 2025. 8. 6.
감성 게임 ‘플라워’는 왜 말을 하지 않을까? 플레이어는 게임을 통해 어떤 감정을 느낄까?긴장감, 흥분, 감동, 공감, 때로는 정적.그 감정의 진폭은 ‘언어’에 의해 유도되기도 하지만,반드시 대사나 텍스트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바로 여기에 감성 게임 *‘플라워(Flower)’*의 매력이 있다.2009년, 게임 회사 ‘Thatgamecompany’가 개발한 이 작품은처음 등장했을 때부터전통적인 게임 문법과는 다른 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다.총, 적, 점수, 대화, 퀘스트 – 이 모든 요소가 빠져 있는 이 게임은,말 대신 바람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고,색 대신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플라워는 말 그대로 ‘꽃잎이 되어 부는 바람’의 체험이다. 플레이어는 하나의 꽃잎을 조종하다가, 다른 꽃을 스치며 더 많은 꽃잎을 모아가고, 주변의 자연환경을 변화시킨다.. 2025. 8. 5.
김민재의 수비, ‘보이지 않는 통제’의 미학 축구에서 수비는 종종 가장 과소평가되는 영역이다.골은 하이라이트에 남지만, 실점이 일어나지 않는 수비 장면은카메라에 포착되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나 경기를 면밀히 들여다보면,승리를 위한 가장 확실한 기반은 수비에서 비롯된다.특히 상대 공격수의 동선을 미리 예측하고 차단하며,조직 전체를 안정적으로 지휘하는 수비수의 존재는팀의 리듬과 방향을 좌우한다.그런 면에서 김민재는 단순히 잘 막는 수비수가 아니라,그라운드 위의 ‘보이지 않는 설계자’다. 김민재는 한국 축구의 새로운 아이콘이다. 단순히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 중이라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보여주는 수비의 본질, 즉 상대를 위협하지 않고도 위협을 제어하는 방식은 마치 무형의 통제력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특징은 그가 나폴리에서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며.. 2025. 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