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하면 우리는 종종 강인함, 결단력, 추진력 같은 단어를 떠올린다.
위기 상황에서 흔들림 없이 앞장서 나아가는 리더,
팀원들을 질서 정연하게 이끄는 카리스마 있는 존재.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달라지면서,
리더십의 정의도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함께 아파하고 웃을 줄 아는
‘공감형 리더십’이 더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 한국 배구의 살아있는 전설 김연경이 있다.
김연경은 단순히 실력만 뛰어난 선수가 아니다.
그는 코트를 뛰어다니며 경기를 지배하는 동시에,
팀원들의 감정을 읽고 보듬고 때로는 웃음을 주는
공감형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배구팀은
세계적인 강호들을 상대로 놀라운 투지를 보여주며 4강까지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전 국민의 마음을 울린 것은 단지 승리 자체가 아니었다.
바로 그 안에서 김연경이 보여준 리더십의 진정성이었다.
카메라에 포착된 그의 모습은 실로 다양했다.
선수들을 격려할 때는 한없이 따뜻했고,
심판에게 강하게 어필할 때는 투사 같았으며,
후배 선수의 어깨를 토닥이며 “괜찮아”라고 속삭일 때는 언니 같았다.
그는 단지 주장이라는 타이틀에 머무르지 않고,
동료와 감정을 나누는 존재로 기능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지금의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의 모습과 정확히 맞닿아 있었다.
김연경의 리더십은 ‘소통’과 ‘공감’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카리스마로 무게를 잡기보다는,
웃음으로 긴장을 풀고, 눈빛으로 신뢰를 건넨다.
이런 방식은 강압이 아니라 유대를 통해 팀의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그가 왜 시대의 리더로 불리는지,
그의 리더십에는 어떤 철학과 과정이 숨겨져 있는지,
이제부터 자세히 들여다보려 한다.
듣는 리더, 김연경의 소통 방식
김연경이 보여주는 공감형 리더십의 핵심은 바로 '듣는 힘'에 있다.
그는 항상 팀원들의 목소리를 먼저 듣는다.
전술적인 피드백은 물론, 경기 중 느끼는 감정까지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한 예로, 도쿄 올림픽 당시 후배 선수가 실수를 하고 난 뒤 머뭇거리자,
김연경은 그 어떤 비판도 없이 다가가 “그럴 수 있어.
다음에 잘하면 돼.”라며 감정을 먼저 어루만졌다.
이는 단지 위로를 넘어,
상대의 입장을 먼저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태도다.
이러한 리더십 방식은 단순히 감정을 다독이는 차원을 넘어,
팀 내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보다 수평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다.
김연경은 자신의 위치를 ‘윗사람’으로 설정하기보다는,
함께 뛰는 ‘동료’로 정의한다.
그래서 그는 후배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며,
어떤 말이든 경청하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이는 선수들 간 신뢰를 쌓는 데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이러한 태도는 훈련과 실전,
그리고 평소 생활 속에서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김연경은 종종 인터뷰에서 “내가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팀이 없으면 아무 의미 없다”고 말한다.
이는 개인의 실력보다 팀의 조화를 우선시하는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팀원 각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장려하고,
그들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리더.
바로 그것이 김연경의 기본 자세다.
또한 그는 ‘말’을 잘하지만, 더 잘하는 것은 ‘침묵 후의 반응’이다.
즉각적으로 대답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팀원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템포 쉬어가는 방식으로 관계를 조율한다.
이는 감정을 조급하게 처리하지 않고 깊게 이해하려는 자세이며,
팀원들에게 큰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그렇게 김연경은 말보다 마음을 먼저 열고,
팀원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인다.
더불어 김연경의 소통 방식은
공식적인 회의나 작전 타임에서만 발휘되는 것이 아니다.
경기 외적인 시간,
예컨대 라커룸이나 식사 시간에서도 그는 후배들이 편하게 다가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웃으며 먼저 말을 걸고, 농담을 던지며 긴장을 풀어주는 그의 모습은
‘리더’라기보다는 ‘선배 언니’에 가깝다.
이처럼 소통의 장벽을 없애고 감정적 유대감을 쌓아가는 방식은
그 자체로 강력한 리더십의 도구가 되고 있다.
위기의 순간, 공감으로 리더가 되다
리더십은 평온한 때보다 위기에서 진가가 드러난다.
김연경이 보여준 리더십의 진짜 가치는 바로 이
‘위기의 순간’에서 더욱 빛났다.
도쿄 올림픽 8강전 터키전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한 점, 한 점이 치열하게 오가던 접전 속에서 팀원들은 지치고 긴장했다.
이때 김연경은 한 번도 팀원들에게 “왜 그걸 못 받았냐”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점수가 나지 않아 고개를 떨군 후배에게 다가가
“야, 우리 여기까지 왔잖아. 끝까지 가보자”고 웃으며 말했다.
이 장면은 그저 미담으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리더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감정 지휘였다.
김연경은 단지 분위기를 띄우려는 의도가 아니라,
팀원들의 심리적 압박을 먼저 이해하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감정의 ‘디퓨저’ 역할을 해낸 것이다.
이러한 대응은 사전에 쌓인 정서적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즉, 그는 위기 속에서도 일관된 공감의 태도를 유지하며,
감정을 통제하고 조율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그 순간,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단순한 격려가 아니었다.
김연경은 팀원들의 무거운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무게로 만들기보다는
웃음과 여유로 바꿔주는 ‘감정 조율자’ 역할을 한 것이다.
그는 항상 “우리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지금 함께 뛰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 속에는 승부의 압박보다 ‘함께’라는 감정이 더 크다.
김연경의 공감은 단순한 동정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의 상태를 정확히 읽고,
그에 맞는 감정적 응답을 주는 능력이다.
힘들어하는 후배에겐 따뜻한 언니로,
동기부여가 필요한 순간엔 조용한 카리스마로,
팀이 들떠 있을 땐 중심을 잡아주는 냉정함으로 작용한다.
그는 ‘내가 잘해야 팀이 산다’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해야 내가 산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이런 점은 그가 단순한 스타가 아니라,
공감의 리더로 성장하게 만든 중요한 원동력이다.
이러한 위기 속 공감 리더십은
결국 팀 전체의 경기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불안이 사라지고 신뢰가 형성되자,
선수들은 보다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공감은 단순히 감정을 나누는 행위가 아니라,
팀워크라는 실질적 결과로 이어지는 전략적 자산이 되었던 셈이다.
김연경은 이를 증명해낸 인물이었다.
문화적 장벽을 넘어선 공감의 확장
김연경의 공감형 리더십은 단지 한국에서만 발휘된 것이 아니다.
그는 터키, 중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의 리그에서 뛰며
각기 다른 문화 속에서 동료들과 호흡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그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서기 위해
가장 먼저 '감정의 언어'를 선택했다.
몸짓, 눈빛, 표정 그리고 유머.
그는 말보다 감정의 코드를 먼저 이해하며 다가갔다.
대표적으로 터키 리그 시절,
김연경은 현지 선수들과의 관계에서
이질감보다는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유머를 자주 활용했다.
함께 춤을 추고, 장난을 치며 거리감을 없애는 방식은
동료 선수들 사이에서 ‘쿨하고 따뜻한 동양인’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그는 타 문화권에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기보다는,
열린 태도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리더로 성장했다.
또한 김연경은 SNS를 통해 팬들과의 감정적 연결도 유지해왔다.
중요한 경기 후에는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때론 유쾌한 포스트로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이는 단지 스포츠 스타가 팬서비스를 하는 차원이 아니라,
‘감정을 나누는 리더’로서의 행동이다.
팬들이 그의 진심을 믿고 지지하는 이유는 실력뿐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 냄새 때문이다.
이처럼 김연경의 리더십은 문화적 경계를 허물고,
인간 대 인간의 감정 연결로 확장되어왔다.
그것은 단지 스포츠에서 끝나는 리더십이 아니라,
조직과 사회 전반에 걸쳐 유효한 공감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김연경은 실력으로는 이미 세계적인 선수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그를 존경하는 이유는,
그의 리더십이 단지 경기장에서의 퍼포먼스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빛나기 때문이다.
그는 누군가를 지배하는 리더가 아닌, 함께 걷는 리더다.
힘이 센 리더보다,
마음이 따뜻한 리더가 더 오래 기억된다는 사실을 그는 보여준다.
그의 리더십은 모든 상황에서 '감정의 자리'를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말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먼저 느끼고 함께 감정의 진폭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감정을 바탕으로 팀을 하나로 묶는다.
이는 전통적인 리더십 모델을 넘어서,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리더상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스포츠에서조차 기술이나 전략만이 아니라,
감정과 인간미가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김연경은 단순한 배구 선수가 아니라,
이 시대가 원하는 리더의 상징이다.
그가 보여준 공감의 리더십은 스포츠를 넘어,
조직, 학교, 사회 모든 곳에서 적용될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리더십은 특별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연경 역시 처음부터 공감의 리더였던 것은 아니다.
수많은 경험과 실수,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배워온 결과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김연경처럼 ‘공감하는 리더’가 될 수 있다.
단지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