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48 스타보다 시스템을 택한 남자, 박지성이 보여준 팀워크의 감정 설계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화려한 골잡이와 슈퍼스타를 향한다.화면 속에서 박수를 받는 이들은 대개 득점을 기록하거나,눈부신 기술을 선보이는 이들이다.그러나 축구를 조금이라도 깊이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경기의 판세를 진짜로 바꾸는 건,눈에 잘 띄지 않는 그 한 사람이라는 것을.그 대표적인 이름이 바로 박지성이다.그는 ‘에이스’도 아니었고,화려한 스타 플레이어도 아니었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을 돌이켜보면,팀 내에서 박지성보다 주목받은 선수들은 한둘이 아니었다.호날두, 루니, 긱스, 스콜스 같은 이름들이 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중요한 경기마다 늘 한결같이 말했다.“이 경기에 박지성을 넣어야 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그는 팀을 위해 자신의 개성을 ‘숨기는’ .. 2025. 10. 24. 한 계단 아래에서 무너진 인간성, 영화 ‘기생충’이 보여준 불편한 진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단순한 가족 이야기도사회고발 드라마도 아니다.그것은 우리가 외면하고 살아가는 일상의 균열,즉 계급이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감정의 틈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이 영화는 돈이 많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이얼마나 다르게 흘러가는지를 단순 비교하는 수준을 넘어선다.‘기생충’이 놀라운 점은 계급의 차이를이념적 언어가 아닌 ‘감정’의 언어로 번역해냈다는 것이다.부유층과 빈곤층이 서로를 향해 느끼는 불편함,그리고 그 불편함이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파국으로 치닫는지를극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속 기택 가족은 반지하에서 살아가는 전형적인 빈곤층이다.그들은 피자 상자를 접으며 생계를 이어가고,무료 와이파이를 찾아 돌아다니며 하루하루를 버틴다.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부유한 박 사장 집에.. 2025. 10. 23. 궁궐의 엄마들 전쟁, 그 안에서 드러나는 진짜 권력은 무엇인가 2022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슈룹'은많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조선시대 왕실을 배경으로 하면서도,우리가 익히 알던 정적이고 위엄 있는 사극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입니다. 김혜수가 연기한 중전 임화령은 치마를 걷어붙이고 궁궐을 뛰어다니며,때로는 소리를 지르고,때로는 아들들 앞에서 무릎을 꿇기도 합니다.'슈룹'이라는 제목은 우산의 옛말로,자식들을 비바람으로부터 지키려는 어머니의 사랑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단순히 모성애를 다룬 작품이라고 보기에는,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너무나 복잡하고 날카롭습니다.16부작으로 완결된 이 드라마는최고 시청률 16.9%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사고뭉치 왕자들을 세자로 만들기 위한 중전의 분투기처럼 보이지만,실제.. 2025. 10. 22.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기계, ‘디트로이트’가 던지는 감정의 질문 “만약 인간과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이 있다면,그들을 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까?”이 단 한 문장이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Detroit: Become Human)』의 출발점이다.퀀틱 드림(Quantic Dream)이 2018년에 선보인 이 게임은표면적으로는 2038년 디트로이트를 배경으로 한 SF 어드벤처지만,실제로는 철학적 딜레마와 심리 실험이 결합된 ‘감정 실험 장치’에 가깝다.플레이어는 세 명의 안드로이드청소 로봇 ‘카라(Kara)’,특수 수사 모델 ‘코너(Connor)’,그리고 해방 운동 지도자가 되는 ‘마커스(Marcus)’ 의 시점을 오가며인간과 기계, 감정과 이성, 자유와 통제 사이의 복잡한 경계를 경험한다.그러나 이 게임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흥미로운 줄거리 때문이 아니다.『디.. 2025. 10. 21. 손연재, 예술성과 감정 표현력의 조율 리듬체조는 흔히 ‘기술의 경기’라고 불린다.현란한 기계 체조처럼 높이 뛰고,완벽한 각도로 도는 동작들이 관중의 탄성을 자아낸다.그러나 리듬체조가 가진 진짜 매력은 단순한 운동 능력을 넘어선 곳에 있다.그것은 음악과 하나가 되고,몸을 도구로 삼아 감정을 이야기하는 ‘예술’의 차원이다.이 점에서 손연재는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다.그녀의 무대에는 항상 서사가 있었다.리본 하나,후프 하나를 휘두르는 동작에도 감정의 기승전결이 담겨 있었고,표정 하나에도 스토리가 녹아 있었다.손연재는 단순히 점수를 위한 연기를 하지 않았다.그녀는 관중과 소통했고, 감정을 전달했다.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녀를 전 세계 팬들에게 사랑받게 만든 이유다. 그녀의 경기 영상을 보면‘체조 선수’라는 말보다 ‘무용수’ 혹은 ‘배우’라는 단어가 떠.. 2025. 10. 20. 레버넌트, 복수심과 생존 본능의 감정 연료 영화 『레버넌트(The Revenant, 2015)』는 단순한 서부 생존극이 아니다.이 작품은 인간이 가장 극단적인 상황에 몰렸을 때어떤 감정이 그를 살게 만들고,어떤 욕망이 끝까지 발걸음을 움직이게 하는가를잔혹하고도 처절한 방식으로 묻는다. 19세기 초 북미 대륙의 혹독한 황야를 배경으로,주인공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곰에게 공격당해죽음 직전까지 몰린다.그러나 더 큰 고통은 그의 육신을 찢은 발톱이 아니라,눈앞에서 아들을 죽이고 떠나버린 동료 피츠제럴드(톰 하디)였다. 죽음조차 자비처럼 느껴지는 절망의 한가운데에서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오직 하나, 복수였다.『레버넌트』는 바로 이 “복수심”이 단순한 증오를 넘어‘살아남고자 하는 이유’로 어떻게 전환되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가 강렬.. 2025. 10. 19. 이전 1 2 3 4 5 6 ··· 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