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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별책부록, 잊힌 감정의 재발견 살다 보면 우리는 너무 바빠서, 아니면 너무 지쳐서 자신의 감정을 잠시 서랍 속에 넣어두고 잊고 살곤 한다. 사랑하고 설레었던 마음도, 꿈꾸던 이상도, 나만의 빛나던 시간들도 언젠가부터 먼지 쌓인 책처럼 꺼내 보지 않게 된다.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은바로 그 잊힌 감정들을 조심스럽게 꺼내 보여주는 이야기다. 화려한 판타지나 극적인 사건이 아닌 소소한 일상 속 감정들을 하나하나 되살려내며 시청자들에게 잊고 있던 ‘나의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특히 주인공 강단이(이나영 분)가 한때 잘나가던 카피라이터에서 한 아이의 엄마로, 그리고 다시 인생의 두 번째 챕터를 열며 책 편집자로 돌아오는 여정은 많은 이들에게 묘한 울림을 남겼다. 그녀가 겪는 불안, 상실, 설렘, 그리고 다시 피어나는 사랑은 단순.. 2025. 9. 19.
페이탈 프레임, 기억과 죄책감의 심리적 구조 공포 게임을 플레이할 때 사람들은종종 깜짝 놀라는 장면이나 괴기한 분위기에서 오는 자극을 떠올린다. 하지만 진정한 공포는 단순한 시각적 충격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을 파고드는 감정에서 비롯된다. Fatal Frame(국내명: 제로)은 바로 그런 감정을 자극하는 데 탁월한 작품이다. 이 게임의 무대는 폐허가 된 저택, 어두운 산사, 버려진 마을 등 물리적으로 폐쇄된 공간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공간이 주인공의 ‘기억’과 ‘죄책감’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심리적 무대라는 점이다. 페이탈 프레임은 흔히 유령을 카메라로 퇴치하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유령들은 단순한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과거에 얽매인 영혼들이자, 주인공의 무의식 속에 잠든 죄책감을 상징한다.플레이어는 유령을 제거하는 .. 2025. 9. 18.
김은중 감독의 공감 리더십, Z세대와 소통하는 법 축구 감독이라는 자리는 늘 권위적이라는 이미지가 따라붙는다. 선수들을 통솔하고, 전술을 지시하고, 실수를 질책하며, 이길 수밖에 없는 압박 속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세대, 특히 Z세대 선수들과의 관계에서는 이 전통적 리더십이 점점 힘을 잃고 있다. Z세대는 위계보다 수평을, 지시보다 공감을, 통제보다 소통을 중시한다. 이들은 ‘왜 해야 하는가’를 납득하지 못하면 움직이지 않고, 납득했다면 놀라운 집중력과 몰입을 보여준다. 이런 세대와 함께 팀을 꾸려야 하는 스포츠 감독은, 단순히 전략가이자 권위자가 아니라 ‘공감자’이자 ‘소통가’로 변화해야 한다. 김은중 감독은 바로 이 전환기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는 U-20 대표팀을 이끌며 준결승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고, 그 과정.. 2025. 9. 18.
시그널, 과거와 현재의 감정 연결이 주는 서스펜스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그 상상은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서, 현실에서의 후회와 미련, 그리고 사랑과 죄책감이라는 감정의 무게와 얽혀 있다.드라마 ‘시그널’은 바로 그 지점을 정조준한다. 2016년에 방영된 이 작품은 한 형사의 오래된 무전기가 과거의 형사와 현재의 형사를 연결해주며, 미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진정한 힘은 단순한 수사극의 스릴이나 퍼즐 맞추기가 아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감정의 선이 만들어내는 서스펜스가, 시청자의 심장을 끝까지 붙잡는다. ‘시그널’이 특별한 이유는 이야기의 구조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인간적 감정 때문이다. 과거의 형사는 당시에는 미처 몰랐던 진실을 후회하며, 현재의 형사는 가족의 죽음이라.. 2025. 9. 18.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시간과 윤리의 감정적 딜레마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한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라고. 실수했던 순간, 후회가 남는 결정 앞에서 우리는 과거를 바꾸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만약 정말로 시간을 되감는 능력이 생긴다면, 그것은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Life is Strange는 바로 이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맥스 콜필드는 시간을 되감는 능력을 얻게 되고, 그 능력으로 친구를 구하고, 비극을 막으며, 주변 사람들의 운명을 바꾸려 한다.처음에는 마치 신과 같은 힘을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야기의 진행과 함께 플레이어는 곧 깨닫게 된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한 사람을 살리면 다른 누군가가 죽고, 작은 변화를 만들면 거대한 파장이 일어난다. 윤리와 감정의 무게가 동시에 플레이.. 2025. 9. 17.
뜨거운 경기장, 차가운 판단: 황선홍 리더십의 출발점 축구라는 스포츠는 언제나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골을 넣었을 때의 환희, 실점했을 때의 절망, 판정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까지.선수들은 매 순간 감정의 파도에 휩싸이며 경기를 치른다. 이 격정의 무대 위에서 감독은 단순한 전략가에 머무르지 않는다. 감정의 온도를 조율하고, 팀 전체의 분위기를 설계하는 섬세한 리더여야 한다. 황선홍 감독은 바로 그 점에서 독보적이다. 선수 시절부터 ‘차가운 열정’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았던 그는, 감독이 된 이후에도 감정의 기복을 최소화하며 팀을 운영한다. 경기 중 벤치에서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장면을 보기 드물고, 오히려 선수들에게는 늘 일정한 톤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런 모습은 때로는 ‘무심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사실 그 속에는 깊은 계산이 숨어 있다. 감독.. 2025.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