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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감독의 전술은 감정도 통제했는가

by 궁금해봄이6 2025. 8. 17.

 

김학범 감독은 한국 축구계에서 ‘냉정한 전술가’라는 평가와

‘뜨거운 승부사’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가진 지도자다.

그의 이름이 대중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순간은 단순히 경기 결과 때문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보여준 경기 운영의 치밀함과,

선수들의 심리 상태까지 고려한 감정 컨트롤 능력이 더 큰 인상을 남겼다.

특히 2020 도쿄 올림픽과 각종 아시아 대회에서 김 감독이 보여준 리더십은

‘기술적 전술’과 ‘정서적 전술’을 결합한 독특한 축구 철학을 드러냈다.

축구는 종종 ‘감정의 스포츠’로 불린다. 

90분 동안 경기장의 분위기는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고, 

순간의 흥분이나 불안이 전술적 판단을 좌우한다. 

특히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되는 대회에서는 

한 번의 실수가 경기 전체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이때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포메이션을 짜고 교체 카드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팀 전체의 감정 곡선을 조율하는 ‘심리 지휘자’가 되는 것이다.

김학범 감독은 바로 이 영역에서 특출난 모습을 보였다.

그는 훈련장에서부터 ‘압박감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강조했고, 

경기 중에는 필요할 때만 강한 언성을 높였다. 

선수 개개인의 성격과 멘탈을 꿰뚫고 있었기에, 

누구에게는 질책을, 또 다른 누구에게는 격려를 선택했다. 

이것은 단순한 직감이 아니라, 철저히 계산된 전술의 일부였다. 

마치 체스에서 말의 위치뿐만 아니라 상대의 심리를 읽는 그랜드마스터처럼, 

김학범은 ‘감정의 흐름’을 전술 설계에 포함시켰다.

그렇다면 김학범 감독의 전술은 어떻게 감정을 통제했을까? 

단순히 ‘멘탈 관리’라는 뭉뚱그린 개념이 아니라, 

훈련, 경기, 그리고 선수 기용 전반에 걸쳐 

감정을 어떻게 활용하고 제어했는지를 들여다보면, 

그의 축구가 왜 독특한 결을 가지는지 알 수 있다.

김학범 감독의 전술은 감정도 통제했는가
김학범 감독의 전술은 감정도 통제했는가

 

 

 

훈련부터 시작된 감정 설계 – ‘압박 내성’의 구축


김학범 감독의 감정 통제는 경기장에서만 발휘된 것이 아니었다.

이미 훈련 단계에서부터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계획적으로 설계했다.

그는 종종 연습 경기에서 의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 숫자 열세 훈련: 일부러 10명 대 11명, 혹은 9명 대 11명으로 경기를 시켰다.
- 시간 압박 훈련: 남은 시간이 5분밖에 없는 상황에서

   반드시 1골 이상 넣어야 하는 시뮬레이션을 반복했다.
 - 심판 판정 변수 부여: 연습 도중 갑작스러운 ‘불리한 판정’을 내려,

   선수들이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고 플레이를 이어가도록 유도했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히 체력과 기술을 단련하는 훈련과는 달랐다. 

선수들이 실제 경기에서 느끼는 압박감을 미리 경험하게 하여, 

그 감정을 해석하고 다루는 방법까지 몸에 익히도록 만든 것이다. 

김학범 감독은 이를 “경기장의 변수를 연습장에서 소모시킨다”라고 표현했다. 

선수들이 실제 경기에서 불리한 판정을 받았을 때, 

이미 똑같은 상황을 훈련에서 수차례 겪어봤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생겼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은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법을 배웠다. 

처음에는 억울함과 불만을 드러내던 선수들이 점점 상황을 받아들이고, 

다음 플레이를 준비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이런 훈련은 경기장에서의 불필요한 감정 기복을 줄이고, 

위기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전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여기에 더해 그는 훈련 도중에도 감정 통제를 위한 ‘미션’을 부여했다. 

예를 들어, 불리한 상황에서도 서로의 탓을 하지 않고 

3번 이상 연속 패스를 성공시켜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했다. 

이 규칙은 단순한 전술 훈련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도 

팀워크와 평정심을 유지하는 습관을 만드는 데 효과적이었다. 

결국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돌발 상황이 벌어져도 

얼굴 표정과 목소리 톤이 크게 변하지 않는 

‘감정 안정 모드’를 체득하게 되었다.

 

 



경기 중 ‘감정 타이밍’ 조율 – 목소리, 표정, 교체 카드의 심리학

 

김학범 감독의 벤치 워크를 자세히 보면,

그는 결코 경기 내내 같은 톤으로 지시하지 않는다.

평소에는 차분하게, 그러나 필요할 때는 단호하게 목소리를 높인다.

이는 우발적 반응이 아니라, 철저히 계산된 심리적 개입이었다.

그의 조율법에는 몇 가지 패턴이 있었다.
○ 집중력 저하 방지 – 전반 30분 이후 느슨해질 때 호통으로 긴장감 부활.
위기 직후 안정화 – 실점 직후엔 오히려 진정시키며 포메이션 유지 강조.
승부처에서의 자극 – 후반 중반, 골이 필요한 순간에는 적극적 제스처와 큰 목소리로 분위기 전환.

이러한 타이밍 조절은 경기의 ‘감정 흐름’을 정확히 읽어야 가능하다. 

그는 선수들이 어떤 상황에서 목소리에 반응하는지, 

언제 표정 변화가 효과적인지를 알고 있었다. 

특히 교체 카드는 단순한 체력 보완 수단이 아니었다. 

활기와 웃음을 주는 선수를 투입해 경기장의 에너지를 바꾸거나, 

리더십 있는 선수를 넣어 전열을 재정비하는 등 감정적 기폭제 역할을 고려했다.

그 결과, 김학범호는 위기 상황에서도 무너지는 대신 

오히려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장면을 여러 차례 만들어냈다. 

이것은 단순히 기술적 지시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또한 그는 목소리나 표정만이 아니라, 벤치 전체의 분위기까지 조절했다. 

보조 코치와 스태프들에게도 표정 관리와 몸짓을 지시해, 

실점 직후 벤치가 침울해 보이지 않도록 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거울 신경세포 효과’를 활용해, 

벤치의 표정과 에너지가 경기장 선수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는 점을 인지한 것이다. 

교체 투입 시에도 단순히 체력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기장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선수나 목소리가 큰 선수를 투입해 

흐름을 반전시키는 심리 전략을 사용했다.

 

 

 

개별 선수 심리 분석 – ‘맞춤형 멘탈 코칭’


김학범 감독은 모든 선수를 동일하게 대하지 않았다. 

어떤 선수는 질책으로 각성했고, 

어떤 선수는 부드러운 격려로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는 이 차이를 명확히 알고, 개인별 심리 코칭 전략을 세웠다.

승부욕이 강하지만 쉽게 흥분하는 선수에게는 ‘감정 절제’ 미션을 부여했다. 

경기 내내 경고나 불필요한 항의를 하지 않으면 그 자체를 칭찬했다. 

반대로 경기 중 자신감을 잃는 선수에게는 경기 전부터 

“오늘 너에게 달렸다”라는 메시지를 심어주었다.


예를 들어, 긴장하면 말수가 줄어드는 선수에게는 

경기 전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어줬고, 

반대로 흥분이 과해지는 선수에게는 의도적으로 짧고 단호한 지시만 내렸다. 

심리학적으로 ‘맞춤형 피드백’은 

선수의 자율성과 집중력을 동시에 높이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김학범호 시절, 몇몇 선수들은 

“감독님이 나를 너무 잘 아신다”라는 표현을 쓰며, 

그 덕분에 경기에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회고했다. 

이는 단순한 인간관계가 아니라, 

전술 수행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정교한 심리 설계였다.

이러한 맞춤형 심리 관리의 핵심은 

사소한 신호를 포착하는 능력이었다. 

김학범 감독은 훈련 외에도 식사 자리, 이동 시간, 숙소 생활 등 

비공식적인 순간에 선수들의 표정, 말투, 걸음걸이까지 관찰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기 전후 멘탈 상태를 진단했고, 

필요할 때는 단 몇 마디로 선수의 심리 상태를 바꾸었다.

이런 세밀한 접근은 선수들이 감독의 말을 신뢰하게 만들었고, 

이는 곧 전술 수행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김학범호의 경기력 뒤에는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 관리 시스템이 있었다.


김학범 감독의 전술은 단순한 전술 기계의 산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감정’이라는 불확실한 변수를 통제하고,

이를 역으로 경기력 향상의 동력으로 전환한 복합적인 전략이었다.

그는 포메이션과 전술 패턴을 설계할 때,

선수들의 심리 상태와 팀의 감정 흐름을 하나의 유기적 시스템 안에 통합시켰다.

이 방식은 단순히 승리를 위한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성장을 이끄는 교육적 리더십이기도 했다. 

압박 내성을 키우는 훈련, 경기 중 타이밍을 고려한 감정 자극, 

그리고 개별 맞춤형 멘탈 관리까지. 

이는 김학범 감독이 왜 ‘전술가’이면서 동시에 ‘심리학자’로 불려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현대 축구에서 감정의 통제는 더 이상 부수적인 요소가 아니다. 

기술과 체력만큼이나 중요한 승부의 요소이며, 

때로는 전술의 일부로 설계될 수 있다. 

김학범 감독은 이를 한국 축구 무대에서 선명하게 증명했다.,

그의 축구는 단지 발로 하는 경기가 아니라,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사용하는 전쟁이었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김학범은 선수들의 심장 박동까지 설계하는 전술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