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우영우 서사의 핵심은 장애가 아닌 ‘일상성’

by 궁금해봄이6 2025. 8. 8.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방송 직후부터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법정 드라마의 형식을 띠면서도, 

주인공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라는 설정은 

국내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시도였다. 

많은 사람들은 처음 이 작품을 ‘장애’라는 소재를 다룬 드라마라고 받아들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청자들의 시선은 조금씩 달라졌다.


우영우는 분명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숫자와 고래, 그리고 규칙에 집착하는 특성을 보인다. 

대인관계에서 종종 서툴고, 사회적 관습에 어긋나는 말과 행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진정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장애를 극복하는 감동 서사’나 ‘특별한 천재의 비범함’이 아니다. 

오히려 시청자들이 매회 느낀 것은, 

우영우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매우 평범하고, 때로는 익숙한 일상이었다.


드라마 속 사건들은 대개 사회적으로 주목할 만한 법정 이슈를 다루지만, 

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인물들이 서로에게 주는 작은 관심과 배려, 

때로는 오해와 갈등 같은 생활의 단면이다. 

 

우영우의 동료 변호사들이 그를 대하는 태도, 아버지와의 단란한 식사, 

지하철에서의 짧은 대화, 동네 골목을 걸을 때의 시선들—

이 모든 것이 이 드라마의 핵심적 정서를 형성한다.


결국,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진짜 힘은

 ‘장애’라는 단어의 무게를 점점 희석시키고, 

그 자리에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하루’를 놓는 데 있다.

 

우영우는 시청자들에게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옆자리에서 일하는 동료’이자 ‘함께 버스를 타는 이웃’이 된다.


이 글에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어떻게 ‘장애 드라마’라는 범주를 넘어,

일상성을 중심으로 한 서사로 시청자와 깊이 연결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사회적 의미를 남겼는지를 살펴본다.

우영우 서사의 핵심은 장애가 아닌 ‘일상성’
우영우 서사의 핵심은 장애가 아닌 ‘일상성’

 

 


‘장애’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서사의 힘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장애를 가진 주인공은 

작품 초반부터 ‘장애’라는 요소로 강하게 각인된다. 

서사 구조도 대개 ‘한계를 극복하는 감동’이나 ‘세상의 편견과 싸우는 여정’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이 전형적인 공식을 거부한다.


물론 첫 회에서 시청자는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임을 곧바로 알게 된다. 

하지만 그 사실은 단순한 배경 정보에 불과하다. 

드라마는 곧바로 그의 뛰어난 법률 지식과 사건 해결 능력을 보여주면서, 

‘장애’보다 ‘역량’과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중요한 점은, 

우영우가 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이 극적인 ‘전환점’으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사건에서 그의 자폐 특성이 

법률적 논리 전개에 도움이 되거나 방해가 될 수 있지만, 

서사는 이를 ‘극복’의 서사로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특성은 때로는 장점, 때로는 단점이 되는 ‘성격의 일부’로서 다뤄진다.


이러한 접근은 시청자로 하여금 우영우를 ‘장애인 캐릭터’로만 소비하지 않게 만든다. 

그는 ‘변호사’이며, ‘동료’이고, ‘딸’이며, ‘연인’이다. 

즉, 다면적인 존재다. 

이 다층적인 캐릭터 구축이야말로 드라마가 일상성을 구축하는 핵심 토대가 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 같은 연출 방식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바꾼다는 점이다. 

초반에는 우영우의 말투, 제스처, 사회적 반응 패턴 등이 독특하게 보이지만, 

에피소드가 쌓일수록 우리는 그것을 ‘우영우다움’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마치 새로운 직장 동료를 처음 만났을 때, 

처음에는 익숙지 않았던 말투나 행동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러운 개성으로 느껴지는 과정과 같다. 

이 변화 속에서 ‘장애’라는 단어는 점차 희미해지고, 남는 것은 ‘한 사람’의 이미지다.

이러한 시선의 변화는 캐릭터를 바라보는 태도의 변화를 넘어, 

시청자의 ‘관계 맺기’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우리는 그를 동정하거나 과도하게 존경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는 드라마가 의도적으로 감정의 고저를 극적으로 설계하기보다, 

작은 순간들을 반복적으로 쌓아올려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다시 말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힘은 한 번의 강렬한 장면이 아니라, 

서서히 스며드는 일상적 장면들의 축적에서 나온다.


 


사건 속에 스며든 평범한 관계와 감정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각 에피소드는 사건 중심으로 진행된다. 

대형 로펌을 배경으로 한 만큼, 

다루는 사건은 재벌가 상속 분쟁부터 시골 마을 도로 건설 문제, 

그리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인권 이슈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사건 해결 과정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장면들은 법정 밖에서 벌어진다.


우영우가 동료 최수연과 나누는 짧은 농담, 

권민우와의 은근한 신경전, 정명석 변호사와의 따뜻한 조언—

이런 장면들은 사건 자체의 무게를 완화시키고, 

시청자가 인물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 듯한’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우영우와 아버지의 관계는 드라마 전반에 걸쳐 일상성을 강화하는 축이다. 

아버지는 매일 우영우에게 김밥을 싸주고, 

딸이 하루 동안 겪은 일을 묻는다. 

이 반복되는 일상 장면은 마치 시청자에게 “이 이야기는 거창한 서사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하루”임을 상기시키는 장치처럼 작동한다.


또한 우영우의 연애 서사 역시 ‘비범함’보다 ‘평범함’을 지향한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이 연애를 한다는 설정은

자칫 자극적으로 소비될 수 있지만, 

드라마는 이를 일상적인 호감과 데이트, 그리고 갈등과 화해의 과정으로 풀어낸다. 

이로써 우영우의 감정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누구나 겪는 경험’으로 자리 잡는다.

이러한 연출은 시청자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다름’은 특별한 장벽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조율되고 수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우영우의 이야기는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보다,

 장애를 둘러싼 일상적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시청자의 마음속에서 편견을 조용히 지워낸다.

이러한 장면들은 단순한 휴식이나 감정 완화 장치가 아니라, 

사건과 인물의 관계를 연결하는 ‘감정적 다리’ 역할을 한다. 

법정에서 날카롭게 대립했던 변호사들이 퇴근길 편의점 앞에서 웃음을 나누거나,

회의실 밖 복도에서 무심히 건넨 한마디가 서로의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된다.

이처럼 사건과 일상의 교차는 드라마가 지닌 몰입의 구조를 더욱 촘촘하게 만들며,

시청자가 인물들의 세계 속에서 오래 머물고 싶게 만든다.

 

 



일상성을 통한 사회적 변화의 가능성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남긴 가장 큰 성과는, 

장애를 다루는 미디어 서사의 지형을 넓혔다는 점이다. 

과거의 많은 작품이 ‘장애’를 주인공의 극복 서사나 사회고발의 수단으로만 사용했다면, 

이 드라마는 장애를 가진 인물도 일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단순한 ‘이미지 변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며,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이 직장에서 동료와 협업하고, 

친구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연애를 하고, 

가족과 식사를 나누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이 과정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감각이 확장된다.


또한 드라마는 사회 제도와 환경의 문제를 은근하게 드러낸다. 

장애인 접근성이 떨어지는 건물 구조, 

차별적인 시선, 미묘한 배제의 순간들—

이 모든 것은 법정 사건이나 일상 장면 속에서 스치듯 등장하지만, 

시청자에게는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것이 바로 일상성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거창한 설교나 비극적 사건 없이도, 

현실의 문제를 인식하게 만드는 힘이 여기에 있다.

더 나아가, 이런 서사 방식은 다른 창작물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후 등장한 작품들이 ‘특별한 인물’을 다룰 때, 

굳이 극적 갈등이나 비극으로 몰고 가지 않아도 

충분히 몰입을 끌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그 가능성을 현실로 증명한 사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표면적으로는 ‘장애를 가진 변호사’의 이야기이지만,

그 본질은 ‘장애’가 아닌 ‘일상’에 있다.

이 드라마는 장애를 극복해야 할 장벽이 아니라,

인물의 성격과 환경 속에 스며든 하나의 특성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그 위에 평범한 하루의 조각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이러한 서사 구조는 시청자들에게 묘한 안도감을 준다. 

드라마 속에서 우리는 우영우를 특별하게 바라보지 않게 되고, 

대신 그와 함께 웃고 고민하며, 법정 안팎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이는 곧 현실 속에서도 ‘다름’을 

두려움이나 거리감 없이 마주할 수 있는 마음의 연습이 된다.


결국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장애를 다루는 방식의 변화다. 

감동적인 극복담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 속의 작은 순간들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 가능성은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시청자의 기억 속에서 오래 남아, 

다른 관계와 상황 속에서도 조용히 작동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장애를 둘러싼 사회적 인식이 변하는 진정한 출발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