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4 시즌을 마무리하던 EPL 경기에서
손흥민은 안와골절로 마스크를 쓰고도 팀을 위해 뛰었다.
이후 국가대표로 소집된 아시안컵에서도
그는 정강이 부상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감내하며 선발 출전을 강행했다.
이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이 정도까지 헌신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질문도 불러왔다.
하지만 손흥민의 선택을 곱씹다 보면,
단순한 ‘무리한 출전’이라는 프레임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가치와 철학,
그리고 그가 바라보는 ‘팀’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는 단순히 뛰는 선수가 아니라,
그라운드 위에서 팀 전체의 리듬과 분위기를 조율하는 리더였고,
때로는 누구보다 팀을 사랑한 동료였다.
손흥민의 플레이를 보면 종종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이 사람은 지금 자기 커리어를 위한 경기보다,
팀의 승리와 후배들의 성장,
팬들과의 약속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구나."
그의 이런 태도는 오늘날 스포츠 스타들이 흔히 보여주는 이미지—
예를 들어 철저한 자기관리, 냉철한 선택,
이기적인 이적 결정 등—과는 사뭇 다르다.
손흥민은 팀 중심 마인드를 실천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월드클래스 선수 중 하나다.
이번 글에서는
손흥민이 보여준 '무리한 헌신'이 단지 감정적 선택이 아닌,
체화된 철학과도 같은
‘팀 중심 마인드’의 실천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보려 한다.
부상에도 뛰는 이유: 책임감과 리더십의 본질
손흥민은 단순히 '열심히' 하는 선수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존재가
팀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이는 아시안컵 카타르 전을 보면 더 명확해진다.
당시 그는 정강이 근육에 큰 부상을 입고도
"팀이 어렵기 때문에, 내가 빠질 수 없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실제로 그는 경기 내내 눈에 띄게 절뚝거리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전반전 내내 전방에서 팀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플레이를 이어갔다.
이 장면은 리더십의 본질을 보여준다.
리더란 항상 컨디션이 최고일 때만 등장하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팀이 흔들릴 때, 고통스러울 때,
누군가가 희생해야 할 때 먼저 나서는 사람이 리더다.
손흥민은 그 역할을 자연스럽게 맡고 있으며,
그 헌신은 후배들에게도 강한 메시지를 던진다.
"몸이 힘들다고 빠지는 것이 아니라,
팀이 필요할 때 나는 뛴다."
이는 단순한 감정적 결단이 아니다.
그는 유소년 시절부터 아버지 손웅정 감독에게서
'팀을 위한 선수'가 되라는 교육을 받아왔다.
기술보다 태도, 실력보다 마음가짐을 먼저 배우며 성장한 그에게
‘부상에도 뛰는 선택’은 무모한 고집이 아니라
내면 깊이 새겨진 철학의 결과다.
이러한 마인드는 후배들과 동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실제로 이강인, 김민재 등 대표팀 후배들도 손흥민에 대해
"형이 뛰는 것을 보면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손흥민의 헌신은 경기력만이 아닌,
정신적 무게감으로도 팀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의 책임감은 특정 경기나 이벤트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시즌 전체를 놓고도 자신이 뛰는 매 순간이
팀의 분위기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훈련 태도, 회복 루틴, 인터뷰 언행 하나까지
철저하게 팀을 중심으로 맞춰간다.
토트넘에서도 그는 시즌 중 체력적으로 고단한 시기에도
훈련에 빠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팀 내 어린 선수들은
손흥민의 성실함과 절제된 생활을 보며
프로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운다.
손흥민은 단순히 ‘잘하는 선수’를 넘어
‘존경받는 선수’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직접 경기를 뛰며,
부상을 안고도 그라운드를 지키는 모습에서 더욱 빛난다.
그는 말보다 행동으로
팀 정신을 체화시키는 살아 있는 교과서다.
팀 중심 마인드가 만들어낸 ‘무형의 영향력’
손흥민의 헌신은 경기 외적으로도 거대한 파장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예가 후배들을 감싸는 인터뷰다.
2023년 아시안컵에서
기대와는 달리 조기 탈락의 쓴맛을 본 한국 대표팀.
경기 후 일부 팬과 언론은
특정 선수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때 손흥민은 카메라 앞에서
"패배는 내 책임이다"라며 동료들을 감쌌다.
이 한마디는 수많은 비난의 화살을 자신이 막겠다는 리더의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는 ‘리더십’이 가진 무형의 영향력이다.
단지 뛰어난 실력이나 결과로만 팀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팀 내 분위기, 선수 간 신뢰, 팬과의 연결성 등 모든 관계에서
긍정적 에너지를 창출하는 것이다.
손흥민이 후배들과 찍은 사진,
경기 중 작은 하이파이브 하나조차도 팬들에겐 감동이 된다.
왜냐하면 그는 항상 ‘자기 자신’보다 ‘팀’을 먼저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향력은 단지 언론을 위한 쇼가 아니다.
그는 토트넘에서도 같은 태도를 보였다.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손흥민은 늘 동료들과 함께한다.
자신의 골보다 동료의 골을 더 크게 기뻐하고,
실수한 선수를 먼저 다독인다.
팀 내에서 그의 존재감은 단순히 ‘득점왕’이어서가 아니다.
그는 팀을 안정시키는 기둥이자, 분위기의 축이다.
이러한 손흥민의 영향력은 팀 내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팬들에게도 무형의 감정을 전달한다.
대표팀 경기 후 자주 눈물을 보이는 모습은
단순한 패배의 아쉬움이 아니라,
그가 팀과 팬, 국가를 하나로 연결짓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상징이다.
그런 장면을 본 팬들은
단순히 한 명의 선수의 경기력을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또한 손흥민은 국가대표로 소집될 때마다
개인적 스케줄을 뒤로하고 성실히 참여해왔다.
해외파 선수들이 피로를 이유로
대표팀 소집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때조차,
그는 예외 없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가 주장 완장을 찬 이유는 실력만이 아니라,
팀의 무게를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태도에 있다.
손흥민은 팀의 중심을 지키는 동시에,
팀을 감싸는 포용력 있는 울타리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헌신의 지속 가능성: 영웅의 두 얼굴
하지만 ‘무리한 헌신’에는 항상 그림자가 따른다.
손흥민은 30대에 접어든 지금,
점점 회복 시간이 길어지고, 부상 빈도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이런 식의 헌신은 장기적으로는 선수 생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 그럼에도 그는 매 시즌 같은 말을 반복한다.
“내가 빠지면 팀이 무너질 수 있어요.”
여기서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손흥민의 헌신이 지속 가능하려면,
그에게도 분명한 보호 장치와 체계적인 팀 운영이 필요하다.
실제로 손흥민은 토트넘에서도 가끔은 감독에게
출전 제외 요청을 받아들이며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표팀에선 그것이 쉽지 않다.
팬들의 기대, 언론의 시선, 상징적 존재감이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손흥민의 헌신이 진정한 가치로 이어지려면,
그가 안심하고 쉴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출전=헌신’이라는 등식을 깨야 한다.
이제는 손흥민 스스로도,
그리고 팀 전체도 '건강한 헌신'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결국, 손흥민은 단지 팀을 위해 ‘뛴’ 선수가 아니라,
팀을 위해 자신의 철학과 몸마저 내준 ‘기둥’이었다.
하지만 그 기둥이 무너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시스템이 없다면,
결국 그 헌신은 영웅의 고독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헌신을 둘러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헌
신하는 선수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동시에 쉬어야 할 때는
제대로 쉴 수 있도록 배려하는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
손흥민이 매번 부상에도 경기에 나서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안정적 시스템과 대우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팀은
손흥민이 없을 때 급격히 경기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드러났고,
이는 곧 그가 휴식을 갖기 어려운 환경으로 이어졌다.
이상적인 팀은 특정 선수의 헌신에만 의존하지 않고,
누구나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팀이 균형 있게 움직이는 구조다.
손흥민은 지금까지 그 구조를 몸으로 메워 왔지만,
앞으로는 그 빈자리를 대신할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코칭 스태프의 관리 체계가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짜 리더는 오래,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손흥민의 무리한 헌신은
단순히 감동적인 순간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것은 '팀이란 무엇인가',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헌신이란 어떻게 지속되어야 하는가'를
우리에게 묻는 장면이다.
우리는 그가 보여준 희생을 통해,
어떤 조직에서든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세를 되새기게 된다.
그는 “내가 뛰어야 팀이 산다”는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섰지만,
우리는 이제
“그가 오래 뛰려면 우리가 지켜줘야 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할 때다.
손흥민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더 오래, 더 건강하게,
더 빛나게 뛰기 위해서는 '팀 중심'의 마인드를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
손흥민은 스타가 아닌 리더로서,
영웅이 아닌 동료로서 팀을 끌어왔다.
그 진심은 경기보다 오래 남는다.
그의 헌신이 남긴 가치는 단지 기록에 남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팀 문화와 리더십을 바꾸는 씨앗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