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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 밸런스 설계의 전략적 철학

by 궁금해봄이6 2025. 8. 2.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이하 롤)는

2009년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MOBA 게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 인기의 중심에는 박진감 넘치는 전투,

독창적인 챔피언, 매 시즌마다 변화하는 메타 등이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정교하고 전략적인 요소는 ‘밸런스 설계’다.

160명이 넘는 챔피언, 수십 개의 아이템,

다양한 룬과 스킬의 조합을 통해

게임이 매 순간 다르게 흘러가도록 만드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여기에는 라이엇 게임즈의 철학적 고민과 전략적 접근이

촘촘하게 녹아 있다.

많은 유저는 종종 챔피언이 

"너무 세다"거나 "너무 약하다"고 말하며 

밸런스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라이엇이 추구하는 밸런스는 

단순히 모든 챔피언의 승률을 50%에 맞추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각각의 챔피언이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전략 속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메타 유연성’이 핵심이다. 

특정 시즌에 특정 챔피언이 뜨고 지는 이유도, 

단순한 수치 변화가 아니라 

메타 환경과의 상호작용 때문이다. 

즉, 롤의 밸런스 설계는 

수학의 영역인 동시에 철학과 심리의 영역이다.

이 글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밸런스 설계가 

어떤 전략적 철학에 기반하고 있는지를 깊이 있게 분석한다. 

수많은 유저가 경쟁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모든 플레이어가 

의미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는지, 

왜 어떤 챔피언은 계속해서 살아남고, 

어떤 챔피언은 리메이크가 필요한지, 

그리고 라이엇이 유저의 피드백을 어떻게 수용하면서도 

전체적인 게임 철학을 유지하는지를 탐구해볼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롤이 단순한 게임을 넘어 

‘진화하는 전략 생태계’로서 어떤 구조를 지니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밸런스 설계의 전략적 철학
리그 오브 레전드, 밸런스 설계의 전략적 철학

 

 


‘완벽한 균형’보다 ‘역동적인 불균형’


롤의 밸런스 설계는 ‘완벽한 평등’이 아닌 

‘의미 있는 불균형’을 목표로 한다. 

이는 정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동적인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다시 말해, 모든 챔피언의 성능이 완전히 동일하다면 

오히려 게임은 지루해지고 선택의 다양성도 사라진다. 

따라서 라이엇은 일부 챔피언이 

특정 메타나 시즌에서 우위를 점하게 하면서도, 

다른 챔피언이 이를 견제하거나 대체할 수 있도록 

메타를 유기적으로 조정한다.

예를 들어, 한 시즌에 원거리 딜러가 메타의 중심에 서면, 

다음 시즌에는 탱커나 암살자 계열이 

자연스럽게 카운터로 등장할 수 있도록 능력치를 조정하거나, 

새로운 룬이나 아이템을 도입한다. 

이러한 메타 변화는 게임의 역동성을 유지하고,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전략적 사고를 요구하게 만든다. 

즉, 라이엇은 의도적으로 ‘균형의 파괴’를 통해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간다.

또한, 라이엇은 프로 경기와 일반 유저 간의 데이터 차이도 고려한다. 

프로 유저들은 특정 챔피언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지만, 

일반 유저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한 챔피언의 밸런스를 조정할 때에도 

승률 외에 ‘픽률’, ‘벤률’, ‘프로 경기 채용률’ 등 

다양한 지표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이로써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유저들의 실제 플레이 경험을 중심으로

 밸런스를 설계하는 철학이 드러난다.

라이엇은 챔피언별 숙련도 곡선까지 고려해 

조정 방향을 결정한다. 

예컨대 이렐리아나 리신, 아지르 같은 챔피언은 

숙련된 유저와 초보 유저 간 퍼포먼스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단순 승률만을 기준으로 조정하면 심각한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이처럼 ‘완벽한 평등’이 아닌 ‘역동적인 불균형’ 속에서 

진정한 재미와 전략적 깊이를 확보하려는 것이 

라이엇 밸런스 철학의 핵심이다.

라이엇의 이런 설계는 

단순히 게임 내 전투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략 게임으로서 롤은 ‘픽과 밴’ 단계에서부터 심리전이 시작되며, 

이때 특정 챔피언이 메타 중심에 있다는 점은 

심리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친다. 

메타 챔피언이 반드시 1티어 챔피언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챔피언이 팀 조합 내 역할을 확실히 수행해줄 것이라는 

예측 가능성이 존재하는 순간, 

팀은 더 안정된 구성을 짤 수 있게 된다. 

이 점에서 ‘의도된 불균형’은 전략적 깊이를 더하며, 

챔피언 선택의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또한 유저들의 창의적인 메타 해석과 실험도 

이러한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라이엇이 설계한 ‘균형의 허용 범위’ 안에서 

플레이어들은 의외의 픽을 시도하고, 

그 시도가 메타를 뒤흔드는 변수로 작용한다. 

 

예컨대, 원래 미드 라인이 아닌 

세트나 판테온이 미드로 채용되었을 때, 

이는 공식적인 밸런스 변화가 아닌 

유저들의 메타 탐색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라이엇은 이런 창의적 시도들을 제한하기보다는, 

오히려 가능한 범위 안에서 지지하고 관찰하며 

추후 밸런스 패치 방향을 참고한다. 

이처럼 ‘역동적인 불균형’은 게임에 불편함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전략과 창의성을 자극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정체성 유지’와 ‘게임 건강성’의 균형


밸런스를 잡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는

 ‘챔피언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게임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각 챔피언은 고유한 스킬 구성과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능력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제드는 암살자이며 

빠르게 진입하고 빠져나오는 스타일이 매력이다. 

하지만 제드가 과도하게 강력해지면 

상대방은 반응할 틈도 없이 사망하게 되고, 

게임은 불공정하게 느껴진다.

이런 상황에서 라이엇은 

챔피언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리스크와 보상’을 조정하는 방식을 택한다.

 즉, 제드가 강력한 폭딜을 낼 수는 있지만 

진입과 탈출 사이에 더 큰 리스크를 부여하거나, 

카운터 플레이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이는 ‘게임 플레이의 건강성’을 지키면서도 

유저에게 해당 챔피언만의 재미를 보장하려는 철학적 타협이다.

정체성 유지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야스오’가 있다. 

야스오는 스킬 연계와 이동기로 전장을 휘젓는 챔피언으로,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면서도 일관된 캐릭터성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특유의 존재감으로 인해 

싫어하는 유저도 많아 ‘밸런스 조정’이 매우 조심스럽다.

 라이엇은 이러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스킬 난이도나 리스크를 조정하면서도, 

팬들에게 야스오만의 개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개선해왔다.

결국 밸런스 설계에서 ‘정체성’과 ‘건강성’은 

충돌할 수밖에 없는 두 요소다. 

라이엇은 이를 이분법적으로 보지 않고, 

끊임없는 피드백 순환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균형 있는 타협점’을 찾아가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는 단순한 수치 조정이 아닌 ‘철학적 설계’라 부를 수 있다.



 


유저 피드백과 메타 순환의 설계


라이엇 게임즈의 밸런스 철학은 

유저와의 ‘대화적 관계’에서 완성된다. 

라이엇은 밸런스 패치를 할 때마다 

상세한 패치 노트를 공개하고, 

그 배경과 의도를 설명한다. 

이는 단순한 공지가 아니라 유저와의 대화 채널이다. 

예컨대 “이 챔피언의 픽률은 낮지만, 

고티어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 조정이 필요했다”는 식의 설명은 

유저로 하여금 설계자의 관점을 이해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라이엇은 메타 순환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너무 오래 메타에 자리잡은 조합은 

일부러 너프하거나, 

반대로 오랫동안 쓰이지 않던 챔피언은 

버프를 통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이는 단순히 승률을 맞추려는 것이 아니라, 

전체 게임 생태계의 순환성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여기서 핵심은 

라이엇이 단순히 유저의 피드백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반영 가능한 논리’를 바탕으로 걸러낸다는 점이다. 

유저들이 “너무 세다”라고 주장하더라도, 

실제 데이터가 이를 반영하지 않거나 정체성 손실 우려가 크면 

라이엇은 섣불리 변경하지 않는다. 

오히려 설계의도를 충분히 설명함으로써

 유저가 ‘왜 바뀌지 않는지’를 이해하도록 유도한다. 

이 또한 설계 철학의 일부다.

결국 롤의 밸런스는 단순한 ‘수치 맞춤’이 아니라, 

철학과 전략, 그리고 유저와의 ‘합의의 기술’이다. 

모든 유저가 만족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많은 유저가 ‘납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라이엇의 진짜 목표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다.

새로운 챔피언이 등장하고, 기존 챔피언이 리워크되고,

패치가 이루어지고 메타가 흔들린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밸런스 설계’가 있으며,

이는 단순한 수학적 조정이 아닌 ‘전략적 철학’의 산물이다.

챔피언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게 만들고,

때로는 불균형을 통해 균형을 유도하며,

유저와의 대화 속에서 메타를 새롭게 설계하는 것.

이 모든 과정이 롤을 ‘살아 있는 게임’으로 만든다.

이러한 설계 전략은 롤이 단순히 오래된 게임이 아니라, ‘

지속 가능한 게임’으로 평가받게 만든다. 

수많은 게임들이 시들어가는 가운데, 

롤이 여전히 세계 최대 e스포츠 무대를 지탱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유저와의 긴장 관계 속에서 최적의 밸런스를 조율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재미를 끊임없이 창조하는 능력. 

이것이 리그 오브 레전드가 지닌 ‘전략적 철학’의 본질이다.

앞으로도 롤은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보이지 않지만 가장 강력한 무기인 ‘밸런스 설계’가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그 변화를 통해 롤이 단순한 게임이 아닌, 

하나의 살아 있는 전략 생태계라는 것을 계속해서 확인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