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에픽게임즈(Epic Games)가 출시한 포트나이트(Fortnite)는
처음에는 생존형 배틀로얄 게임으로 알려졌다.
수십 명의 유저가 하나의 전장에 모여
마지막까지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당시로서는 새롭고 참신했던 장르였다.
하지만 이내 포트나이트는
단순한 '싸움' 게임의 범주를 훌쩍 넘어선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단순한 경쟁이 아닌, 협동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게임 모드와 이벤트,
그리고 유저 간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게임의 방향이 확장되기 시작한 것이다.
포트나이트는 유저가 단순히 적을 쓰러뜨리는 것을 넘어서,
함께 구조물을 짓고, 작전을 짜고,
팀을 이루어 미션을 수행하는 등
‘함께하는 플레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더욱이, 가상 공간에서 열리는 콘서트, 영화 상영,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캠페인 등을 통해
현실의 사회 이슈를 반영하거나,
대중 문화와 접목된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를 창조해나가고 있다.
이제 포트나이트는 단지 게임으로서의 의미를 넘어서고 있다.
수많은 젊은 세대가 이 가상 세계에서 놀고,
대화하고, 생각하며 공동체를 체험한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게임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를
다시금 질문하게 만든다.
‘디지털 협동’이란 무엇인지,
‘함께 한다는 것’이 어떻게 사회적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를,
포트나이트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 글에서는
포트나이트라는 게임이 어떻게 협동이라는 요소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나타나는 새로운 디지털 문화에 대해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협동 플레이의 설계: 기술과 전략을 넘어선 신뢰의 학습장
포트나이트의 대표적인 특징은 바로 ‘건설(Build)’ 시스템이다.
단순히 총을 쏘는 데 그치지 않고,
벽과 계단, 바닥, 지붕 등을 빠르게 조합하여
유리한 전투 위치를 확보하거나 방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건설은
개인의 반응 속도나 기술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팀 기반 모드에서는 협력과 역할 분담이 핵심이다.
누군가는 엄폐물을 만들고, 누군가는 엄호 사격을 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회복 아이템을 나눠주는 등
팀의 승리를 위한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구조는 유저들로 하여금
'혼자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체감하게 만든다.
이때 생겨나는 신뢰와 배려는
단지 게임 안에서만 유효한 것이 아니다.
많은 유저가 “포트나이트를 하면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아졌다”거나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팀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이는 포트나이트가
일종의 '디지털 사회화 훈련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에픽게임즈는
게임 내에 다양한 이벤트와 시스템을 통해
협동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한다.
예컨대 ‘팀 럼블’이나 ‘제로 빌드’ 같은 모드는
실력 차를 보완하면서도
팀워크의 즐거움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
덕분에 실력이 낮은 유저도 소외되지 않고,
오히려 협동의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편입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포용성’의 미덕을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학습할 수 있게 해준다.
결국, 포트나이트의 협동 구조는 단순한 게임 시스템을 넘어
인간 관계와 커뮤니케이션,
공동체 의식에 대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하나의 사회적 실험으로 기능한다.
현실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협동의 순간을,
가상의 공간에서는 반복적으로 마주하며 익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 공공장소로서의 포트나이트: 놀이 공간을 넘어선 연결의 장
포트나이트가 협동 게임으로 주는 또 다른 사회적 메시지는
‘디지털 공간’이 새로운 공공장소로 기능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2020년,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의 포트나이트
가상 콘서트는 전 세계 1200만 명의 동시 접속을 기록하며
‘게임 안에서 만나는 콘서트’라는 개념을 대중화시켰다.
이후 BTS, 아리아나 그란데, 기타 아티스트들의 콘서트와 영화 상영,
문화 캠페인이 이어지며 포트나이트는 단지 게임 공간이 아닌
‘새로운 사회적 만남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공간에서 유저들은
단지 상대방과 전투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
같이 춤을 추고, 이모티콘으로 대화하며,
팬 문화를 나누는 등 새로운 방식의 교류를 이어간다.
이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오프라인 모임이 어려웠던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학교 대신 포트나이트에서 친구들과 만나고,
수업 대신 협동 게임을 하며
정서적 유대감을 유지하는 사례도 다수 보고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가상 공간이 갈등보다는
‘함께 있음’의 감각을 더 강하게 자극한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성별, 인종, 경제적 배경 등
다양한 요인으로 갈라질 수 있는 사람들이,
포트나이트 속에서는 단지 ‘플레이어’로서 동등하게 참여한다.
이는 게임이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평등감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에픽게임즈는
게임 안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기도 한다.
흑인 인권운동인 ‘Black Lives Matter’를 지지하는
‘We The People’ 이벤트, 환경 보호 캠페인 등은
포트나이트 유저들이 현실의 문제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단지 놀이에 그치지 않고,
유저를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하나의 장치로 작동한다.
즉, 포트나이트는 단순한 협동 게임을 넘어서
새로운 연결, 연대, 의식을 만들어내는
‘디지털 커먼스(Digital Commons)’로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비대면 시대에
더욱 의미 있는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세대 간 소통의 다리: 게임이 만드는 새로운 언어와 이해의 통로
게임에 대한 기성 세대의 인식은
여전히 ‘중독’이나 ‘시간 낭비’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포트나이트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뜨릴 단서를 제공한다.
특히 자녀와 부모, 혹은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같이 플레이하는 경험’은 매우 강력한 소통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부모는 자녀가 게임에 몰입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함께 포트나이트를 플레이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해냈다.
단순히 “게임 하지 마”라고 말하기보다 “어떤 팀을 짰는지,
어떤 전략을 썼는지”를 묻는 식의 관심은
자녀와의 신뢰를 쌓는 데 효과적이다.
포트나이트는 그렇게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대화의 언어를 제공한다.
또한, 교실 현장에서도
포트나이트는 점점 더 교육적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게임 디자인을 통해 학생들이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성을 키우고,
협동 미션을 통해
팀워크와 문제 해결 능력을 함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크리에이티브 모드’는
사용자가 직접 맵을 만들고 퀘스트를 설계할 수 있어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Project-Based Learning)에 적합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포트나이트라는 게임이
‘경쟁’보다는 ‘공존’의 가치를 더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물론 배틀로얄이라는 전제 자체가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게임이지만,
그 과정에서 생기는 협력, 배려, 역할 분담은
실생활에서 겪기 힘든 소중한 체험이 된다.
이는 다음 세대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 적응하고 기여할 수 있는
하나의 훈련이기도 하다.
결국 포트나이트는 단지 재미있는 놀이가 아닌,
세대와 세대, 사람과 사람,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다.
우리는 이제 게임을
단지 ‘오락’으로만 보아서는 안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포트나이트는 그 대표적인 예다.
이 게임은 유저들에게 협동의 가치를 가르치고,
디지털 공간 속에서도 공동체의식을 느끼게 하며,
세대 간의 이해를 가능케 한다.
포트나이트는 단순한 총싸움이나 생존 게임이 아니라,
우리가 디지털 사회에서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실험하는
하나의 플랫폼이다.
포트나이트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우리는 함께 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가?”,
“디지털 공간에서도 진짜 유대감이 형성될 수 있을까?”,
“게임은 사회적 책임을 가질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이제 단지 학문적이거나 이론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삶의 문제로 다가온다.
협동 게임은 단지 팀을 짜서 이기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포트나이트는 그 가능성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어쩌면 미래 사회의 구성원들은 이렇게 가상의 협동 경험을 통해
진짜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갈지도 모른다.
우리가 게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게임은 단지 놀이가 아닌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유저들이 함께하는 포트나이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