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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5, 정체성과 자아를 묻는 게임

by 궁금해봄이6 2025. 7. 30.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가족, 학교, 직장, 지역사회 등 다양한 집단 속에서 

우리는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며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 

그 속에서 우리는 종종 ‘진짜 나’가 누구인지 고민하게 된다. 

내가 말하는 이 한마디, 내가 택한 이 행동, 

내가 쓰고 있는 이 표정은 과연 내 본모습일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혹은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가면’에 불과한 걸까? 

이처럼 ‘정체성’과 ‘자아’는 

누구에게나 일생을 통해 지속되는 철학적 질문이다.

이러한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 바로 

일본의 대표적인 RPG 시리즈 중 하나인 『페르소나5』다. 

2016년 ATLUS에서 발매된 이 게임은 

겉보기에 화려한 비주얼, 스릴 넘치는 전투 시스템, 

청춘 로망을 자극하는 학원물의 틀을 갖추고 있지만, 

그 본질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끝없이 던지는 작품이다. 

단순한 영웅담이 아닌, 

사회와 충돌하며 ‘가면’을 벗어 던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페르소나5는 게임이라는 매체가 

어떻게 인간의 내면을 탐색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다.

특히 ‘페르소나’라는 개념은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Carl Jung)의 이론에서 비롯되었으며, 

우리 내면의 다중적인 자아를 시각화하는 독특한 메타포로 기능한다. 

 

게임 속 주인공들은 

‘가면’을 벗어 던지는 순간 자신만의 페르소나를 각성하고, 

그로 인해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자각과 해방을 얻게 된다. 

이 설정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큰 울림을 준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듯 행동하면서도, 

내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감정과 

억눌린 진실을 지닌 사람들에게 『페르소나5』는

 한 편의 강렬한 자기성찰의 여정이자, 

내면의 목소리를 마주하게 만드는 거울과도 같은 작품이다.

이 글에서는 『페르소나5』가 

정체성과 자아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지를 

세 가지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탐색해보려 한다. 

첫째, ‘가면’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자아와 사회의 충돌을 어떻게 그렸는지, 

둘째, 캐릭터들의 각성 과정을 통해 억눌린 자아가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살펴보고, 

셋째, 플레이어로서 우리가 그들과 함께 성장하며 

어떤 정체성의 질문을 던지게 되는지를 분석해보겠다.

페르소나5, 정체성과 자아를 묻는 게임
페르소나5, 정체성과 자아를 묻는 게임

 

 


가면이라는 메타포 — 자아와 사회의 충돌 


『페르소나5』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가면’이다. 

게임의 서두에서 주인공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전학을 오게 되고, 

이후 그는 학교와 사회로부터 배척당한 ‘낙인 찍힌’ 존재가 된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그는 ‘이 사회는 틀렸다’는 내면의 분노와 함께 

자신의 첫 번째 페르소나를 각성하게 된다. 

이 장면은 단지 초능력을 얻는 판타지적인 순간이 아니라, 

억눌렸던 내면이 폭발하며 본래 자아를 찾아가는 첫 걸음이다.

‘가면’은 이 게임에서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겉으로는 사회가 요구하는

 ‘좋은 아이’ ‘모범생’ ‘성실한 어른’의 얼굴이지만, 

이면에는 욕망, 분노, 좌절, 열망 같은 진짜 감정들이 숨어 있다. 

현실에서 누구나 사회적 역할에 따라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가면이 나를 억압하는 구속이 될 때, 

진짜 자아는 점점 위축되고 만다. 

게임은 이 위선을 벗기고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과정을 

‘도둑단’이라는 개념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 일행은 ‘가면을 벗고 진실을 훔치는 도둑들’이다. 

그들은 타인의 왜곡된 욕망이 만들어낸 

‘팰리스’라는 공간에 침입해, 

그 중심에 있는 ‘트레저’를 훔쳐냄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은 일종의 사회비판이자, 

내면에 숨겨진 자아를 해방하는 메타포로 작동한다. 

현실 세계에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페르소나5』는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떤 가면을 쓰고 있나요? 

그리고 그 가면은 진짜 당신인가요?”

이러한 설정은 현실의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큰 공감을 일으킨다. 

직장에서 웃으며 일하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는 사람들, 

가족을 위해 자신을 숨기고 사는 부모들, 

SNS에서 타인의 시선에 맞춰 꾸며낸 자신을 유지하는 사람들. 

이들은 모두 일종의 ‘팰리스’ 속에 갇혀 있다. 

『페르소나5』는 단순히 누군가를 구하는 영웅이야기가 아니라,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에 눌려 

자아를 잃어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각성의 서사 — 억눌린 자아의 해방


『페르소나5』에서 각 캐릭터들이 페르소나를 각성하는 순간은 

매우 극적인 장면이다. 

그들은 모두 현실에서 어떤 형태로든 억압을 받고 있으며, 

자신을 표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예를 들어, 안 타카마키는 성적 대상화와 소문에 시달리며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로 살아간다. 

하지만 그녀가 

‘나는 이런 취급을 받을 존재가 아니다’라고 각성하는 순간, 

강렬한 페르소나 ‘카르멘’을 통해 진짜 자아를 드러낸다.

이처럼 각성의 순간은 단지 전투능력의 상승이 아니라, 

존재의 선언이다. 

‘나는 누구이며, 더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일종의 주체적 선언 말이다. 

이것은 융의 분석심리학에서 말하는 

‘개성화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

 즉, 사회적 페르소나에 가려졌던 내면의 자아가 

드디어 표면으로 올라오는 것이다.

유스케 키타가와는 예술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감정이나 인간관계도 도외시해왔지만, 

그 이면에는 인정욕구와 상처가 존재했다. 

그가 예술가로서 자기 작품에 대해 거짓 없는 시선을 마주하고, 

스스로와 진정한 대화를 시작할 때 

비로소 그는 자신의 페르소나를 각성한다. 

이러한 설정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야기다. 

누군가의 인정에 의존하고 있던 나, 

타인의 시선에 나를 맞춰왔던 삶을 끊고,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그 순간이 바로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메시지다.

이 게임의 모든 ‘각성 장면’은 

이처럼 억눌린 자아가 해방되는 드라마이자, 

인간의 심리적 성장 서사로 기능한다. 

주인공과 동료들은 단지 악을 무찌르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고 나아가고 싶다는 의지에서 페르소나를 얻는다. 

그들은 무력하고 흔들리지만, 

스스로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직면할 줄 아는 존재들이다. 

이 점에서 『페르소나5』는 단순한 판타지 게임이 아닌, 

내면의 자아를 성장시키는 성찰의 여정이라 할 수 있다.

 

 

 


플레이어의 자아성찰 — 우리는 누구의 삶을 사는가? 


게임의 가장 큰 힘은 

플레이어가 ‘주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페르소나5』는 주인공의 일상을 직접 조율하며, 

어떤 사람과 교류할지, 

어떤 행동을 할지를 플레이어에게 맡긴다. 

이는 단순한 선택지의 나열이 아닌, 

‘자기 결정권’을 가진 인격체로서의 주인공을 빚어가는 과정이다. 

이 속에서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할수록 

자신이 어떤 성향의 선택을 하는지를 자각하게 된다.

예를 들어, 도서관에서 조용히 독서를 할 수도 있고, 

친구와 시간을 보내며 친밀도를 높일 수도 있다. 

어떤 순간에는 이익을 위해 타인을 외면할 수도 있고, 

정직함을 택해 손해를 감수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선택은 궁극적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끊임없이

정체성’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게 만든다.

또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게임의 주요한 테마다. 

주인공 일행은 

‘도둑’이라는 불법적 수단으로 사회의 악을 바로잡는다. 

이는 전통적인 정의의 개념과는 충돌하는 지점이다. 

과연 법을 어겨서라도 누군가의 마음을 바꾸는 것이 옳은가? 

사회가 정의롭지 않다면, 개인이 정의를 집행해도 되는가? 

이러한 도덕적 딜레마 속에서 플레이어는 스스로

 ‘내가 생각하는 옳음’의 기준을 정립하게 된다.

페르소나5는 이처럼 게임 속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플레이어의 자아로 향한다. 

내가 지금까지 선택한 것들은 나다운 것이었는가? 

나는 누군가의 기대에 맞춰 살고 있는가? 

아니면 내 목소리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는가? 

게임이 끝날 즈음, 우리는 비로소 이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이는 단순한 여흥을 넘어선 깊은 성찰의 경험이며, 

『페르소나5』가 명작으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페르소나5』는 화려한 스타일과 청춘물의 포장 속에,

인간의 본질적인 질문을 담아낸 작품이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떤 존재로 살아갈 것인가.

이 게임은 단지 재미있는 RPG가 아니라,

수많은 가면 속에서 진짜 자신을 마주하는 과정을

정교하게 설계한 자기성찰의 플랫폼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수많은 역할과 기준 속에 자아를 억누르고 살아간다. 

부모, 자녀, 직장인, 연인, 시민… 역할이 늘어날수록 

진짜 자아는 점점 멀어지고, 가면은 두꺼워진다.

 『페르소나5』는 이 가면을 벗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의 시작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가면은 외부로부터 강요된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쓰고 있었음을 깨닫게 만든다.

게임 속 주인공처럼 우리 역시 각자의 팰리스를 마주하고, 

억눌렸던 자아와 마주해야 한다. 

때로는 그것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자아와 정체성의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그 순간, 

우리는 한 걸음 더 진짜 나에게 다가갈 수 있다.

『페르소나5』는 단지 ‘나쁜 놈들을 혼내주는’ 이야기 이상이다. 

그것은 나 자신과 마주하는 용기의 이야기이자, 

가면 뒤의 얼굴을 세상에 드러내는 청춘들의 선언이다. 

그리고 그 청춘의 외침은, 

지금 이 순간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유효하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당신은, 당신 자신의 삶을 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