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서로 다른 얼굴로 살아간다.
직장에서는 책임감 있는 구성원이 되고,
친구들 앞에서는 편안한 사람으로 행동하며,
가족 앞에서는 또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모습은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
자연스럽고 필수적인 행동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지금의 나는 진짜 나일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모습일까.
현대 사회는 점점 더 개인에게 다양한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성공적인 직장인, 배려 깊은 가족 구성원,
그리고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는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조절하며 살아간다.
특히 SNS와 같은 매체가 확산되면서 사람들은
실제 삶보다 더 이상적이고 완벽한 모습을 표현하려 노력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진짜 감정을 숨기거나 외면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게임 『페르소나5』는 이러한 현대인의 삶을 매우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겉으로 보면 이 게임은
괴도단이 타락한 어른들의 마음을 훔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RPG 장르의 작품이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인간의 자아와 정체성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이 담겨 있다.
페르소나5는 인간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쓰는 가면과,
그 가면 뒤에 숨겨진 진짜 자신 사이의 갈등을 핵심 주제로 다룬다.
이 글에서는 페르소나5가 인간 정체성을 어떤 방식으로 탐구하고 있으며,
그 메시지가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던지는지 철학적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 – 인간은 왜 가면을 쓰는가
페르소나5에서 ‘페르소나’라는 개념은
단순한 능력 시스템이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 자아를 상징한다.
이 개념은 심리학자 칼 융이 제시한 이론에서 출발했다.
융은 페르소나를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인간이 사용하는 가면이라고 설명했다.
즉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진짜 감정과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상황에 맞는 역할을 연기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게임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사회적 억압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어떤 인물은 권력자의 폭력 앞에서 침묵해야 했고,
또 다른 인물은 타인의 기대에 맞춰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왔다.
그들은 겉으로는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내면에서는 깊은 갈등과 분노를 경험한다.
이러한 모습은 현실 사회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우리는 종종 타인의 평가와 기대 속에서 자신을 판단하고,
사회적 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 불안과 좌절을 느낀다.
특히 현대 사회는 SNS를 통해 ‘보여지는 자아’를 더욱 강조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이상적으로 꾸며 표현하며,
타인의 인정과 공감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려 한다.
이러한 과정은 페르소나라는 개념이 단순한 사회적 역할을 넘어,
타인의 기대 속에서 만들어진 ‘가공된 자아’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페르소나5 속 적들이 존재하는 공간인 팰리스는
이러한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팰리스는 권력과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의 마음이 왜곡된 형태로 나타난 공간이다.
이는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억압하거나 왜곡할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장치다.
이처럼 사회적 역할은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지만,
그 역할이 개인의 정체성을 완전히 대체하기 시작할 때 문제는 발생한다.
페르소나5는 인간이 사회 속에서 가면을 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지만,
그 가면이 자신의 진짜 얼굴을 가려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는 사회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독립적인 개인이며,
이 두 요소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인간의 중요한 과제라는 사실을 이 작품은 보여준다.
진짜 자아와의 대면 – 인간은 언제 성장하는가
페르소나5에서 캐릭터들이 자신의 페르소나를 각성하는 순간은 매우 상징적이다.
그들은 자신의 두려움과 분노,
그리고 사회적 억압을 직면할 때 비로소 새로운 힘을 얻는다.
이는 인간의 성장이 단순히 능력을 향상시키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의 무의식 속에는
우리가 인정하지 않으려는 감정과 욕망이 존재한다.
융은 이를 ‘그림자’라고 설명했다.
인간은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외면할수록 심리적 갈등을 겪게 되며,
이러한 감정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통합된 자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페르소나5의 캐릭터들은 바로 이러한 과정을 경험한다.
그들은 자신의 약점과 상처를 부정하지 않고 인정함으로써 변화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약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인물은
자신의 두려움을 인정하는 순간 새로운 힘을 얻게 된다.
이는 현실에서도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약점을 숨기려 하지만,
오히려 그 약점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더 강해질 수 있다.
또한 게임은 인간이 혼자서 성장할 수 없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캐릭터들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과정 속에서 변화한다.
이는 인간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한다는 심리학적 관점과도 연결된다.
우리는 타인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삶의 의미를 확장해 나간다.
페르소나5는 성장이라는 개념을 재정의한다.
성장란 단순히 성공하거나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메시지는
경쟁과 성과 중심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깊은 위로와 통찰을 제공한다.
선택과 책임 – 우리는 어떤 ‘나’를 선택하며 살아가는가
페르소나5의 핵심 시스템 중 하나는 시간 관리와 선택 구조다.
플레이어는 하루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어떤 활동을 할지 선택해야 하며,
이 선택은 캐릭터의 성장과 인간관계,
그리고 스토리 전개에 영향을 미친다.
이 구조는 인간의 삶이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우리는 모든 것을 동시에 선택할 수 없다.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 다른 가능성을 포기해야 한다.
이러한 선택의 구조는 인간에게 자유와 동시에 부담을 안겨준다.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간을 자유로운 존재라고 설명했지만,
그 자유는 선택의 책임을 동반한다고 강조했다.
페르소나5 역시 플레이어에게 선택의 결과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특정 인간관계를 선택하면 다른 관계는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 있으며,
시간의 흐름은 되돌릴 수 없다.
또한 게임은 선택이 개인의 결과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강조한다.
캐릭터들은 서로의 선택에 의해 변화하며,
이러한 상호작용은 인간이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형성된 존재임을 보여준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점점 약화되고 있는
공동체적 가치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페르소나5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타인의 기대 속에서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삶을 선택하고 있는가.
우리의 선택은 결국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그 과정 자체가 인간으로 살아가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페르소나5는 단순한 RPG 게임이 아니라
인간 정체성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이 게임은 우리가 사회 속에서 어떤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지,
그리고 그 가면 뒤에 숨겨진 진짜 자신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또한 인간의 성장은
자신의 약점과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는 종종 완벽한 모습을 추구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불완전함을 이해할 때 더 성숙한 존재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인간의 삶이 선택과 책임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그 선택은 결국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삶을 책임지고 살아가는 태도일 것이다.
페르소나5는 우리에게 말한다.
진짜 자신을 찾는 여정은 외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고.
그리고 그 여정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지만,
그 과정 자체가 인간으로 살아가는 의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