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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인간을 묻는 게임

by 궁금해봄이6 2025. 7. 29.

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인간의 본질을 묻는 예술의 한 형태가 되어가고 있다.

퀀틱 드림(Quantic Dream)이 개발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Detroit: Become Human)》은

그 대표적인 예다.

이 게임은 2038년 미래의 디트로이트를 배경으로,

인간과 유사한 인공지능 안드로이드들이

사회 전반에 보급된 시대를 다룬다.

그리고 세 명의 안드로이드—코너, 마커스, 카라—의 시점을 통해,

인간과 비(非)인간의 경계, 자유의지, 차별과 폭력,

그리고 ‘의식이 있는 존재’란 무엇인지라는 물음을 강렬하게 던진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단순히 SF 배경의 어드벤처 게임이 아니다.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하나하나의 결정이 

캐릭터들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 사회의 윤리적 딜레마와 차별 구조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만든다. 

이 게임은 서사적 깊이와 감정의 몰입도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인간이라 정의하고, 

또 어떤 존재에게 ‘권리’를 부여할 수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고민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 게임은 묻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때로 감정, 이성, 기억, 고통, 공감 등의 요소를 

인간됨의 조건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갖춘 존재가 인간이 아니라면, 

그 존재에게는 무엇이 결여된 것인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안드로이드를 통해,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존재를 보여주며 

우리로 하여금 당연하게 여겨왔던 

‘인간다움’의 정의를 낯설게 만든다. 

 

이 게임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한 갈등과 액션이 아니라, 

이 철학적인 질문에 있다. 

그럼 지금부터 

이 게임이 어떻게 ‘인간’을 묻고, 

감정과 윤리를 자극하는지를 깊이 들여다보자.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인간을 묻는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인간을 묻는 게임

 

 

 


선택의 자유: 안드로이드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핵심 기획은 ‘선택’과 ‘자유의지’다.

플레이어는 수십 개의 분기점에서

안드로이드 캐릭터들의 행동을 결정하게 되며,

이는 스토리와 결말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코너는 사이버라이프의 수사용 안드로이드로서

명령에 따라 이탈한 안드로이드를 추적한다.

그러나 코너는 어느 시점에서 자신이 인간을 돕는 도구인지,

혹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존재인지를

자문하게 된다.

이러한 설정은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프로그래밍된 존재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단순히 시뮬레이션된 감정과 판단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선택’이 가능한가?

플레이어는 이러한 질문에 스스로 답해야 한다.

 

마커스가 혁명가의 길을 걷거나

평화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것도,

카라가 아이를 위해 도망치는 과정에서

선택의 연속을 경험하게 되는 것도 결국

‘자유’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선택은 

한편으로는 플레이어 자신의 윤리관을 투영한다. 

때로는 정의를 위해 폭력을 선택해야 할 수도 있고, 

때로는 생존을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선택은 게임의 분기 그래프에 고스란히 기록되고, 

우리가 누군가의 운명을 어떻게 결정했는지를 돌이켜보게 만든다. 

이는 단순한 선택 게임이 아니라, 

윤리 시뮬레이터이며, 플레이어로 하여금 

인간의 의사결정이라는 복잡한 퍼즐 속에 

스스로를 투입하게 만든다.

결국, 플레이어는 안드로이드의 눈을 통해 

스스로가 내린 판단을 역으로 검증받는다. 

선택의 총합이 만들어낸 결과를 마주할 때 

우리는 ‘자유’라는 단어가 가져오는 무게를 

새삼 체감하게 된다. 

이처럼 게임은 거울처럼 반사된 우리 모습 속에서 

윤리적 책임에 대해 끝없이 질문을 던지도록 유도한다.


 


감정과 공감: 기계는 사랑할 수 있는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에서 감정은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안드로이드는 원래 감정이 없는 존재로 설계되었지만, 

‘이탈자’(Deviant)들은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고민한다. 

카라와 앨리스의 관계는 

이 질문을 가장 감정적으로 체화한 예시다. 

카라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도망치며, 

그 과정에서 두 존재는 마치 진짜 모녀처럼 

서로에게 의지하고 감정을 나눈다.

이러한 서사는 단순한 동정이 아니다. 

플레이어는 점차적으로 

카라가 감정을 '프로그램'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겪은 경험과 고통, 공감의 순간들을 통해 

감정을 ‘얻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이는 인간이 감정을 통해 성장하고, 관계를 맺으며, 

세상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과도 일치한다. 

마커스 또한 마찬가지다. 

예술가 루서를 통해 감정을 배우고, 

공동체 안에서 갈등과 지지를 경험하며 

점차 ‘지도자’로 성장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제기된다. 

감정을 느끼는 존재는 인간인가? 

혹은, 감정을 느끼는 순간, 인간과 다를 바 없는가? 

 

인류는 오랜 시간 

감정을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이라 여겨왔지만, 

이 게임은 그것이 학습되고, 공유되며, 

심지어 타자에 대한 공감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어떤 존재에게 감정이입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 존재를 ‘인간적으로’ 보게 만드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결국 이 게임은 감정이 단순한 생물학적 반응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된 

복합적인 경험의 결과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랑할 수 있는 존재는, 

인간인가 아닌가보다, 

사랑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전한다.

더 나아가, 카라와 앤드로이드 공동체가 형성한 ‘가족’의 서사는 

플레이어에게 사랑의 조건이 과연 생물학적 연관성인지, 

아니면 함께 쌓아 올린 기억과 선택인지 재고하게 만든다. 

 

공감은 프로그래밍을 초월해 공유되고 확장될 수 있다는 깨달음은, 

현실의 우리 관계에도 섬세한 울림을 전한다.

 

 


차별과 해방: 디트로이트는 또 하나의 민권운동 서사인가


마커스가 이끄는 안드로이드들의 저항 운동은 

매우 정치적이고 상징적이다. 

그들은 인권이 아닌, ‘안드로이드 권리’를 주장하며 행진하고, 

경찰의 폭력에 맞서며, 자유를 외친다. 

이 장면은 과거의 민권운동, 여성 참정권 운동, 

흑인 인권운동 등의 역사를 강하게 연상케 한다. 

특히 "We have a dream"이라는 문구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유명한 연설을 떠올리게 한다.

게임은 실제 역사에서 반복되어온 억압과 저항의 구조를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갈등 구조에 투영한다. 

마커스의 선택에 따라 

혁명은 폭력적이거나 평화적일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사회의 반응도 달라진다. 

이는 현실에서도 비폭력 운동과 무장 투쟁이 가져오는 

사회적 논쟁과 닮아있다. 

단순히 게임 캐릭터의 선택이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이 

역사 속 시민운동의 딜레마를 간접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게임 내에서 안드로이드는 

철저히 노동계급으로 존재한다. 

반복되는 육체노동, 감정노동, 성노동 등 

사회적 약자 역할을 부여받고 있으며, 

이러한 묘사는 단순한 기술적 배경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신자본주의적 계급구조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안드로이드가 인간보다 우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외되고 억압받는다는 설정은, 

결국 능력이 아니라 ‘존재의 권리’에 대해 질문하게 만든다.

디트로이트의 거리에서 외치는 "Freedom!"이라는 구호는, 

가상의 이야기 속 외침이 아니라, 

우리가 현실에서도 수차례 들어온 목소리와 닮아 있다. 

이 게임은 안드로이드라는 매개체를 통해, 

인간 사회의 고질적인 차별, 억압, 계급구조,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해방의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구현해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단순한 게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선택이라는 게임 시스템을 통해

윤리를 체험하게 하고,

감정이라는 서사를 통해 공감을 실현하게 하며,

차별이라는 정치적 구조를 통해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는 이 게임 속 안드로이드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그들의 운명에 눈물을 흘리며,

심지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라 느낀다.

이 지점에서, 게임은 인간의 본질을 가장 치열하게 묻는다.

우리는 어떤 존재를 ‘인간’이라 인정하는가? 

DNA의 구조인가, 감정의 유무인가, 

아니면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인가? 

이 질문에 대해, 게임은 단 하나의 정답을 내리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선택과 결말을 통해 

플레이어 스스로가 고민하고 결론을 내리게 만든다. 

이것이야말로 이 게임이 위대한 이유이며, 

‘게임’이라는 매체가 예술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다.

디트로이트의 거리를 걷는 안드로이드들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 자신을 투영한 초상일지도 모른다. 

차이를 혐오하고, 권력을 독점하고,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시대에, 

이 게임은 강하게 경고한다. 

인간이란 단어는 생물학적 조건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공감의 능력, 

선택의 책임감 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러니 우리는 이 게임을 끝내고도, 

질문을 멈출 수 없다. 

 

“우리는 정말 인간다운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이 물음으로 오래도록 가슴을 붙잡는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