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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선택은? 재난 스릴러 '부산행'이 던지는 3가지 윤리적 딜레마

by 궁금해봄이6 2025. 12. 21.

 

2016년 개봉한 영화 ‘부산행’은

한국형 좀비 아포칼립스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습니다.
단순히 빠르고 끔찍한 좀비 떼의 습격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극한의 재난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 본성의 양면성과,

그들이 감정적으로 혹은 이성적으로 내리는

'선택의 윤리'를 깊이 있게 다루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KTX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갑작스러운 좀비 바이러스의 확산이라는 재난을 맞이한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비춥니다.


이기적인 펀드 매니저인 주인공 석우와 그의 어린 딸 수안,

강인한 임산부 성경과 남편 상화,

그리고 이기심의 끝을 보여주는 용석 등,

이들은 생존이라는 절대적인 목표 앞에서

각기 다른 도덕적 판단을 내립니다.

 

특히, ‘부산행’이 여타 재난 영화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개인의 생존 본능과 공동체의 윤리 사이에서 발생하는 첨예한 대립입니다.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외면할 것인가,

나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스크린을 넘어

관객들에게도 무거운 숙제를 안겨줍니다.

 

본 블로그 포스팅에서는
영화 ‘부산행’에 녹아있는 핵심적인 윤리적 딜레마들을

세 가지 소주제로 나누어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재난 상황 속에서 우리가 직면할 수 있는

도덕적 문제들에 대해 논해보겠습니다.

디지털 기기가 아닌 인간의 감정과 도덕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결국 '어떤 가치를 선택하고 지켜나갈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고민했던 주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좀비만큼이나 무서운 인간의 이기심,

그 안에서 피어난 희생의 가치를 함께 되짚어보시죠.

당신의 선택은? 재난 스릴러 '부산행'이 던지는 3가지 윤리적 딜레마
당신의 선택은? 재난 스릴러 '부산행'이 던지는 3가지 윤리적 딜레마

 

이기심과 집단 이기주의의 충돌 – '나'와 '우리' 사이의 생존 경계선

영화 ‘부산행’에서 가장 먼저 두드러지는 윤리적 문제는,

개인의 '이기심'과 집단의 '공동체 윤리'의 충돌입니다.
이는 주로 이기적인 펀드 매니저인 주인공 석우와,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데 주저함이 없는

빌런 용석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초반의 석우는

오직 자신의 성공과 딸 수안의 안전만을 생각하는

전형적인 현대인의 모습입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닥친 위험을 외면하고,

자신이 탄 칸의 문을 닫아버려 타인의 접근을 막으려 합니다.

이는 재난 상황에서 가장 쉽게 발현되는

인간의 원초적인 생존 본능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의 생존 본능은

곧 더 큰 집단 이기주의로 확대됩니다,


좀비 떼를 뚫고 겨우 안전한 칸으로 넘어온 생존자들을 향해,

기득권층과 다수의 승객들이

'감염의 위험이 있다'는 명분 아래 칸을 분리하고,

그들을 멸시하며 격리하는 모습은

소름 끼치는 집단 폭력의 한 형태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윤리적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나와 우리'라는 경계는 어디까지 설정되어야 하는가입니다.
나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배제하고 희생시키는 것이 정당한가,

아니면 내가 위험에 처하더라도

공동체의 안전과 도덕적 의무를 우선해야 하는가,

승무원과 용석으로 대표되는 배제와 차별의 논리는,

결국 사회적 약자를 희생시켜 다수의 안위를 꾀하려는

비도덕적인 선택으로 이어집니다.

 

영화는 석우가 딸 수안과 상화 부부 등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하며 점차 이기심을 벗어던지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공동체 윤리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생존은 이기심이 아닌

'이타심'에서 비롯됨을 역설합니다.
결국 용석의 이기심은 그 자신의 파멸을 가져오지만,

석우의 뒤늦은 희생은 딸과 성경을 구원하는 감동적인 결말을 만듭니다,

 

 

희생의 윤리학 – '가치 있는 죽음'과 생명의 등가성

‘부산행’은 수많은 희생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특히 마동석이 연기한 상화의 희생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윤리적 쟁점 중 하나인,

'희생의 윤리학'을 논하게 합니다.

상화는 아내와 미래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함께 생존하려는 다른 이들을 위해

망설임 없이 좀비 떼를 막아섭니다.

그의 죽음은 자신의 생명과 맞바꾼 '이타적인 희생'의 상징입니다.


마찬가지로 군인 야구부원들은

친구들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방패가 되는 희생을 감수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생명의 등가성'이라는 어려운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모든 생명은 평등하고 소중하다는 것이

현대 사회의 기본 윤리이지만,

재난 상황에서는 '누구의 생명을 먼저 구할 것인가'

혹은 '누구의 희생이 더 가치 있는가'라는

잔인한 선택에 직면합니다.


상황적 필요에 의해 한 생명이 다른 생명을 위해 희생될 때,

그 희생은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다수의 생존을 위해 소수의 희생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칸트의 의무론적 관점에서는,

인간은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우받아야 하므로,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희생이라 할지라도,

개인의 생명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영화는 이 두 가지 관점을 모두 보여줍니다.
상화의 희생은 철저히 자발적이고 사랑에 기반한

'고귀한 희생'이기에 관객들에게 감동을 줍니다,
반면, 용석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좀비에게 밀어 넣어 방패로 쓰는 행위는,

강제적이고 이기적인 '비열한 희생 강요'로 규탄받습니다.

 

결국 '부산행'이 말하는 희생은,

생명의 등가성을 훼손하는 '강요된 희생'이 아니라,

자발적인 사랑과 책임감에서 비롯된

'윤리적인 선택'으로서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생명은 모두 소중하지만,

그 생명을 지키기 위한 '선택의 질'이

도덕적 가치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도덕적 책임과 회복 탄력성 – '살아남은 자들'의 윤리적 짐

영화의 마지막은 주인공 석우와 임산부 성경,

그리고 어린 수안만이 살아남아 부산에 도착하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이들은 재난에서 살아남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죽음과 희생을 목격하고,

때로는 이기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생존자들'에게는 남겨진

'도덕적 책임'과 '회복 탄력성의 문제가 남습니다.

 

생존자들은 종종 '죄책감' 이라는 윤리적 짐을 지게 됩니다.
왜 나는 살았고, 다른 이들은 죽었는가,

내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그들을 구할 수 있었을까?
특히 석우는 자신의 이기심으로 인해 동료들을 위험에 빠뜨렸던 과거와,

딸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희생 사이에서

큰 윤리적 고뇌를 했을 것입니다.

 

영화의 결말에서 수안이 부르는 노래는,

죽은 엄마와 아빠를 향한 그리움이자,

모두를 구하지 못한 생존자의 슬픔을 대변하는 듯합니다.
이는 재난 상황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이들이,

단순히 신체적으로 생존하는 것을 넘어,

'정신적, 도덕적으로 건강하게 생존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재난은 인간의 도덕성을 파괴하고 사회적 질서를 붕괴시킵니다.
영화는 재난 이후 남은 사회가

어떻게 다시 도덕적 질서를 회복하고,

인간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성경과 수안이 터널 끝에서 군인들을 만났을 때,

수안의 노래 소리(인간성)가

그들을 위협(좀비)에서 구별해주는 유일한 증거가 되었듯이,

결국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이,

재난으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이 됩니다.

 

우리 삶에서도 크고 작은 재난(어려움)은 늘 닥쳐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어려움 속에서 내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살아남은 후에도 그 선택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지고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려는 의지'입니다.

‘부산행’은 생존 그 자체보다,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성찰을 요구하는 셈입니다.

 

영화 ‘부산행’은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것은 화려한 좀비 액션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발현되는 인간의 가장 추악한 모습(이기심, 배제)과,

가장 아름다운 모습(희생, 사랑)을 동시에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깊은 '윤리적 질문'을 던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영화 속 인물들의 선택을 보며,

만약 내가 저 상황에 처했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됩니다.

석우처럼 이기심에서 출발하여 결국 희생으로 마무리할 것인지,

용석처럼 끝까지 자신의 안위만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상화처럼 타인을 위한 헌신을 선택할 것인지 말입니다.

 

재난은 인간의 도덕성을 테스트하는 극한의 실험실과 같습니다.
'부산행'은 그 실험실 속에서 좀비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퍼지고,

더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바로 '인간의 이기심'임을 보여줍니다,

이 이기심은 공동체를 파괴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며,

결국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파멸로 이끌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질문,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윤리적 과제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