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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모범택시』복수 대행의 감정 윤리

by 궁금해봄이6 2025. 12. 20.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드라마 속 ‘복수’를 응원하는 데 익숙해졌다.

억울하게 피해를 입고도
법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된 사람들.

그들을 대신해
누군가 가해자에게 똑같은 고통을 돌려주는 이야기.

『모범택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 드라마는 명확하다.

법이 처벌하지 못한 악인을 대신 처벌해 주는 사람들.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가해자에게는 공포를 돌려준다.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통쾌함을 느낀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정의가
드라마 속에서는 완성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범택시』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사이다 복수극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이것은 정의인가, 아니면 또 다른 폭력인가.”

 

김도기와 무지개 운수 팀은 피해자를 돕는다.

그러나 그 방식은 법을 넘는다.

때로는 가해자의 인생을 완전히 파괴하고.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불편함을 느낀다.

분명 잘못한 사람인데,
분명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인데,

왜 마음 한켠이 개운하지 않을까.

 

『모범택시』는 복수의 정당성을 묻는 동시에,

복수를 실행하는 사람들의 감정 윤리를 조명한다.

이 드라마는 말한다.

복수는 통쾌할 수 있지만 그 안에 들어간 순간

누군가는 반드시 감정의 대가를 치른다고.

드라마 『모범택시』복수 대행의 감정 윤리
드라마 『모범택시』복수 대행의 감정 윤리

 

법이 실패한 자리에서 시작된 복수

『모범택시』의 복수가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는
단순히 악인이 벌을 받기 때문이 아니다.

이 드라마는 먼저 ‘왜 법이 이들을 구하지 못했는가’를
충분히 보여준다.

피해자들은 단순히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신고했다, 호소했다, 기다렸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무혐의, 기각, 혹은 침묵이었다.

 

이 반복되는 좌절의 과정은
시청자의 분노를 천천히 끌어올린다.

『모범택시』는 법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법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만약 법이 아예 없다면
복수는 당연한 선택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법은 있다.
다만 늦고, 무력하고, 때로는 가해자의 편에 서 있다.

이 설정은 무지개 운수의 행동을
‘불법’이 아닌 ‘대안’처럼 보이게 만든다.

 

시청자는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저 사람들이 아니면
누가 저 피해자를 도와줄 수 있을까.”

이 질문이 만들어지는 순간 복수는 이미
도덕적 명분을 얻는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모범택시』의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모범택시』의 세계관은 현실과 매우 가깝다.

학교 폭력, 성범죄, 보이스피싱, 산업 재해,

모두 실제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지만.

가해자는 종종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

피해자는 증거 부족, 권력의 벽,
시간의 흐름 앞에서 그저 잊히길 강요받는다.

 

무지개 운수는 이 ‘법의 실패 지점’을 파고든다.

그들은 판사가 아니다.
경찰도 아니다.

대신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 감정을 그대로 끌어안는다.

그리고 말한다.

“우리가 대신 복수해 드리겠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들이 단순히 가해자를 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가해자가 저질렀던 방식 그대로.

심리적 공포, 사회적 추락, 존엄의 붕괴를 되돌려준다.

이 방식은 시청자에게 강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저 인간은 저렇게 당해야 해.” 라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윤리적 균열이 시작된다.

법은 증거와 절차를 중시한다.

그러나 복수는 감정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모범택시』의 복수는
피해자의 감정에 공감하는 만큼

그 감정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분노가 크면 복수도 커진다.

이때부터 정의는 조금씩 감정에 잠식된다.

 

드라마는 이 과정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의도적으로
가해자가 처참해지는 장면을 보여준다.

시청자는 쾌감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묘한 불안을 느낀다.

“이건 정말 옳은 걸까.”

 

『모범택시』는 법이 실패했을 때.

사적 복수가 얼마나 쉽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복수를 실행하는 사람들의 감정 균열

그러나 『모범택시』는 복수를 정의의 완성으로 그리지 않는다.

드라마는 시선을 돌린다.

가해자가 아니라 복수를 실행하는 사람들에게로.

 

이 선택은 이 작품을 단순한 사이다 드라마에서
완전히 다른 층위로 끌어올린다.

무지개 운수 팀은 항상 준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치밀한 계획, 완벽한 역할 분담, 흔들림 없는 실행.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감정의 균열이 끊임없이 쌓여간다.

 

이들은 정의를 행하고 있음에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마주하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사람의 고통’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복수가 끝날 때마다
그들은 또 다른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는다.

분노를 대신 품고 공포를 대신 견디며 결과까지 책임진다.

이 과정은 영웅을 만들기보다는 감정 노동자를 만든다.

 

『모범택시』는 이 감정의 소모를
의도적으로 반복해서 보여준다.

복수가 통쾌한 만큼 그 대가도 분명하다는 것을
지워버리지 않는다.

이제 복수는 단순한 정의의 도구가 아니라

사람을 잠식하는 감정의 구조로 확장된다.

 

『모범택시』의 핵심은 가해자가 아니라.

복수를 실행하는 사람들이다.

김도기는 단순한 정의의 화신이 아니다

그 역시 피해자였다.

어머니를 잃은 경험,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던 기억,

그 트라우마는 그를 복수 대행자로 만든다.

 

김도기는 차갑고 침착해 보이지만

사실 누구보다 감정의 균형이 위태롭다.

그는 말없이 가해자를 응징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상처를 계속해서 후벼 판다.

 

복수는 치유가 아니라 상처의 반복 재생에 가깝다.

무지개 운수 팀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웃고, 농담을 하고, 가벼워 보이지만.

각자 마음속에는 분노와 죄책감이 공존한다.

특히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라는 믿음은
그들을 지탱하는 동시에 그들을 고립시킨다.

 

이들은 사회 바깥에 서 있다.

법을 믿지 못하고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 결과 스스로를 심판자로 설정한다.

그러나 심판자는 결코 자유롭지 않다.

판결을 내리는 순간 그 결과를
온전히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범택시』는 복수 이후의 장면을
의도적으로 담담하게 그린다.

완전한 해방도, 완전한 만족도 없다.

남는 것은 공허함, 그리고 또 다른 사건.

복수는 끝이 아니라 순환이 된다.

이 지점에서 드라마는 말한다.

복수는 누군가를 구할 수는 있어도.

복수를 실행한 사람을 구해주지는 못한다고.

 


시청자는 왜 끝까지 응원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범택시』를
끝까지 응원했다.

이 모순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폭력을 반대한다고 말하면서도

정당화된 폭력에는 고개를 끄덕인다.

 

『모범택시』는 바로 이 인간의 이중성을 정확히 찌른다.

시청자는 김도기 팀의 복수를 보며

자신이 경험했던 작은 부당함들을 떠올린다.

말도 안 되는 상사,ㅍ책임지지 않는 가해자,
침묵을 강요받았던 순간들.

 

드라마 속 복수는 그 모든 억눌린 감정을
대리 해소해 준다.

그래서 우리는 윤리적 질문을 알면서도

눈을 떼지 못한다.

 

『모범택시』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이 복수가 옳다, 혹은 틀렸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계속해서 묻는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은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다.

 

이 드라마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통쾌함 때문이 아니라 통쾌함 뒤에 남는
찝찝함 때문이다.

 

『모범택시』는 시청자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법의 한계를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감정의 정의를 택할 것인가.

그 어느 쪽도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드라마는 끝까지 숨기지 않는다.

 

『모범택시』는 복수 드라마가 아니다.

이 작품은 복수라는 감정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를 묻는

윤리 드라마에 가깝다.

우리는 악이 처벌받는 장면에서 통쾌함을 느낀다.

그러나 동시에 그 방식이 법을 넘을 때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진다.

이 감정의 충돌이 『모범택시』의 핵심이다.

 

드라마는 말하지 않는다.

“이것이 정답이다.” 대신
우리 안에 숨어 있던 질문을 끌어낸다.

정의란 무엇인가,
법은 왜 항상 늦는가,
복수는 정말 치유가 되는가.

 

김도기와 무지개 운수 팀은 영웅이 아니다.

그들은 상처 입은 사람들이
또 다른 상처를 끌어안은 모습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더 현실적이다.

 

『모범택시』를 보고 난 뒤
우리는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해진 것이 하나 있다

복수는 악을 멈출 수는 있어도

사람을 완전히 구원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 깨달음이야말로 『모범택시』가 남긴
가장 깊은 여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