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드라마 ‘눈길’, 전쟁 속 소녀들의 감정 생존기

by 궁금해봄이6 2025. 12. 16.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부서질 수 있는 존재인지
우리는 수많은 역사와 작품을 통해 반복적으로 목격해왔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특히 마음을 깊게 후벼 파는 이야기는
총을 들지도,
폭력을 행사하지도,
전략을 세우지도 못하는
그저 ‘어린 소녀들’이 중심이 된 서사다.
드라마 ‘눈길’은 바로 그 미약한 존재들이 겪어야 했던 비극
즉 일본군 ‘위안부’라는 이름 아래 지워지고,
말할 수 없었던 고통을 생생히 드러내며,
전쟁이 개인의 감정을 어떻게 파괴하고,
또 동시에 어떻게 끝내 생존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드라마의 힘은 거대한 역사를 설명하거나
영웅적 인물을 내세우는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역사책의 한 줄로만 존재했던 소녀들의 개인적 감정,
숨겨진 상처,
그리고 아무도 돌아보지 않던 사소한 일상에 집중함으로써
전쟁이란 현실이 인간에게서 무엇을 빼앗아가는지를 깊이 있게 드러낸다.
예측 불가능한 전쟁의 한복판에서
소녀들은 공포와 절망,
분노와 체념,
그리고 그 와중에서도 작게 살아 움직이려는 생존 본능을 드러낸다.

 

‘눈길’은 단순히 전쟁의 피해를 재현하는 작품이 아니다.
이 작품은 감정의 결핍과 과잉,
그리고 그것을 견디는 생존의 기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한 인간이자 한 소녀가

감정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워야 했는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드라마 ‘눈길’ 속 소녀들이 어떻게 감정을 잃어가고,
또 어떻게 감정을 다시 붙잡으며,
그들의 심리가 어떤 방식으로

생존의 도구로 변모하는지 분석해보고자 한다.

드라마 ‘눈길’, 전쟁 속 소녀들의 감정 생존기
드라마 ‘눈길’, 전쟁 속 소녀들의 감정 생존기

 

감정이 사라지는 순간 — 전쟁이 소녀들의 마음을 파괴하는 방식

전쟁은 육체만이 아니라
가장 먼저 감정을 공격한다.
서론에서 살펴본 것처럼
드라마 ‘눈길’이 특별한 이유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서사를 화려하게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가장 연약한 존재인 소녀들의

‘감정 세계’가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천천히
그리고 잔인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본론 1은
전쟁의 폭력이 소녀들의 감정을

어떻게 파괴하는가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는 첫 단계가 된다.


소녀들이 끌려가던 순간
그들의 얼굴이 얼어붙는 장면은
감정 붕괴의 시작점을 상징하며,
이 장면과 함께
관객은 감정의 소멸이 단순한 슬픔이나 공포가 아니라,
삶의 모든 기반이 사라지는 순간임을 깨닫게 된다.

드라마 속 소녀들은 어느 날 갑자기
이유도 모른 채 납치되어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간다.
그 과정 자체가 감정의 붕괴다.

두려움, 혼란, 부정,
이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오지만
이를 표현할 시간도
정리할 여유도 없다.


감정은 언어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전쟁은 그 언어를 빼앗는다.

그들에게 주어진 현실은
“왜 내가 여기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조차

허락하지 않는 폭력의 연속이다.
울어도 소용이 없고,
도망쳐도 소용이 없고,
버텨도 소용이 없다.


감정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학습되는 순간
감정은 생존을 위해 가장 먼저 삭제된다.

드라마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녀들의 무표정은
포기의 결과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선택된 자기 보호의 전략이다.
공포를 느끼면 무너지고,
분노하면 죽고,
슬퍼하면 체념하게 된다.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위험한 공간에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 방식은
감정을 ‘멈추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 감정의 삭제는 비극적이다.
‘살아남기 위해 감정을 버려야 한다’는 사실이야말로
전쟁이 인간에게 가하는 가장 잔인한 폭력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이 점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객이 단순한 슬픔을 넘어
서늘한 무력감과 분노를 느끼게 한다.

 

 

감정의 파편들 — 소녀들 사이에 남아 있는 인간성의 흔적

앞선 본론 1에서,
전쟁이 감정을 파괴하는 방식,
그리고 소녀들이 생존을 위해

감정을 지워야 했던 잔혹한 과정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감정이 사라졌다고 해서
인간의 마음이 완전히 죽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 지점이 본론 2가 이어지는 이유이며
‘감정의 파편들’이라는 제목이 말하듯
전쟁이 아무리 인간성을 짓밟아도
그 안에는 지워지지 않는

작은 감정의 조각들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조각들은 고통 속에서도 소녀들을 다시 묶어주고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출발점이 된다.
본론 1이 감정의 소멸을 다뤘다면
본론 2는 그 소멸 속에서도 끝내 남아 있던

‘감정의 잔해들’을 탐색하는 단계다.

완전히 감정을 지운 듯 보이지만
인간은 끝내 감정적 존재다.


드라마 ‘눈길’에서 가장 가슴 아프고
동시에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는
소녀들이 서로를 통해 ‘감정의 파편’을 되찾는 순간들이다.

같이 밥을 먹으며 나누는 짧은 한숨,
밤마다 들리는 억눌린 울음,
서로 옷을 덮어주는 미세한 손길,
이 작은 행동들은
전쟁이 사라지게 한 감정의 잔해들이 다시 모여
인간성을 회복하는 과정으로 그려진다.

 

특히 극 중 두 소녀의 관계는
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그들은 같은 처지에 놓인 피해자이면서도
서로에게 작은 온기와 지탱을 준다.
말이 많지 않아도 그들은 서로를 본다.
이 ‘보는 행위’ 자체가
전쟁 속에서 거의 사라져버린 인간적 존중의 복원이다.

감정의 파편들이 서로에게 전해지는 순간
소녀들은 ‘나만 고통받는 게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는 희망이라기보다
공동 생존의 감정적 기반이다.


같은 고통을 겪는 타인의 존재는
감정이 완전히 소멸되는 것을 막아주는 작은 버팀목이다.

이런 장면을 통해 드라마는 말한다.
전쟁은 인간성을 지우려 하지만
인간성은 타인의 손길 하나만으로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그리고 그 감정의 잔해들이 쌓여
소녀들은 다시 ‘살아가야 한다’는 의지를 얻게 된다.

 

 

감정의 귀환 — 폭력 속에서도 끝내 인간으로 남는 선택

앞선 본론 2에서는,
전쟁 속에서도 소녀들에게 남아 있던 작은 감정의 파편들이
서로에게 전해지고,
그 파편들이 인간성의 마지막 흔적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그 과정은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증거이며
바로 그 잔여 감정들이
소녀들이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기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된다.


따라서 본론 3에서 다루게 될 ‘감정의 귀환’은
단순히 감정이 되돌아오는 현상을 넘어,
소녀들이 인간으로서 다시 살아가기를 선택하는
가장 치열한 심리적 투쟁의 순간이다.
감정의 파편들이 모여 하나의 감정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수많은 고통과 기억,
그리고 자신을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감정이 사라지고, 또 파편이 모였다면
마지막 단계는 감정이 ‘귀환’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 과정은 단순한 회복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선택이다.

 

감정이 돌아오면
그동안 외면했던 상처들이 모두 드러난다.
억눌러온 트라우마,
참아온 분노,
그리고 되찾고 싶었던 삶에 대한 갈망이 쏟아져 나온다.

감정의 귀환은 곧 고통의 귀환이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으로서 다시 서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드라마는 소녀들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어떤 감정을 선택하고,
어떤 감정을 끝내 버릴지를 보여준다.
그 선택은 비극 속에서도 인간성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저항이다.

특히 마지막 장면들은
감정을 되찾는다는 것이
단순히 ‘울 수 있게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나의 존재를 인정하고
내 삶을 내가 다시 붙잡겠다는 선언임을 보여준다.

 

감정의 귀환은
그들이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지 못한다.
상처를 지우지도 못한다.
그러나 그것은 살아남은 자로서
앞으로의 삶을 다시 살아가게 하는
유일한 힘이다.

드라마 ‘눈길’은 여기서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전쟁은 인간의 감정을 파괴하지만
끝내 감정을 되찾는 순간
비극 속에서도 인간은 다시 ‘사람’이 된다.

 

‘눈길’은 전쟁을 다룬 수많은 작품들과 달리
총탄이나 전투가 아니라
소녀들의 감정에 집중함으로써
전쟁이 개인에게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집요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의 진짜 의미는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말하지 못했던 감정’을 드러내는 데 있다.
그 감정이야말로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진짜 목소리
그리고 시대가 지워버린 인간의 흔적이다.

 

소녀들의 감정 생존기는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가 아니라
“그 약한 존재가 어떻게 견디며 살아남는가”를

 

그들이 보여준 감정의 파괴,
감정의 파편,
감정의 귀환이라는 여정은
단순한 슬픔을 넘어선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전쟁은 끝났지만
그들의 감정은 아직도 눈길 위에 남아 있다.
우리가 이 작품을 통해 해야 할 일은
그 흔적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록되지 않은 감정을 기억함으로써
더 이상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역사 앞에 인간으로서 응답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