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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별책부록, 잊힌 감정의 재발견

by 궁금해봄이6 2025. 9. 19.

 

살다 보면 우리는 너무 바빠서, 아니면 너무 지쳐서
자신의 감정을 잠시 서랍 속에 넣어두고 잊고 살곤 한다.

사랑하고 설레었던 마음도,
꿈꾸던 이상도,
나만의 빛나던 시간들도
언젠가부터 먼지 쌓인 책처럼 꺼내 보지 않게 된다.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바로 그 잊힌 감정들을 조심스럽게 꺼내 보여주는 이야기다.
화려한 판타지나 극적인 사건이 아닌
소소한 일상 속 감정들을 하나하나 되살려내며
시청자들에게 잊고 있던 ‘나의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특히 주인공 강단이(이나영 분)가
한때 잘나가던 카피라이터에서 한 아이의 엄마로,
그리고 다시 인생의 두 번째 챕터를 열며 책 편집자로 돌아오는 여정은
많은 이들에게 묘한 울림을 남겼다.

그녀가 겪는 불안, 상실, 설렘, 그리고 다시 피어나는 사랑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감정의 회복’이라는 드라마의 중심 메시지를 이끌어낸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떤 감정을 잊고 살고 있나요?”
그리고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그 감정들을 되살리는 여정을 함께 걷게 만든다.

로맨스는 별책부록, 잊힌 감정의 재발견
로맨스는 별책부록, 잊힌 감정의 재발견

 


무너진 자존감 위에 피어난 용기 ― ‘나’를 회복하는 감정의 서사

 

강단이는 한때 잘나가는 카피라이터였지만
결혼과 육아, 그리고 경력 단절이라는 굴곡을 겪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채 살아간다.

그녀는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한 채
더 이상 누구의 시선에도 비치지 않는 존재가 된 듯한 공허함을 느낀다.
이 부분은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한때는 자신만의 꿈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회가 정해놓은 역할에 갇혀 사는 듯한 느낌.
그 무게는 누구보다 스스로를 더 옥죄게 만든다.

그러나 드라마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단이는 과감히 다시 ‘일’을 시작하기 위해 출판사에 발을 들인다.
아이의 엄마가 아닌 ‘나’로서
그리고 다시 글과 책을 사랑하던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은
자존감을 잃었던 한 인간이 어떻게 스스로를 회복해 나가는지 보여준다.

출판사에서 청소 용역부터 시작해
천천히 동료들과 관계를 맺고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 과정은
작은 승리들이 쌓여 만들어낸 진짜 성장의 서사다.

이 과정은 ‘자존감 회복’이라는 감정의 부활을 상징한다.
시청자는 단이의 모습을 통해
감정은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인정과 경험들이 쌓이면서 천천히 회복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단이가 서서히 변화해가는 모습은
자신을 믿지 못하던 사람이 스스로를 믿게 되는 전환점을 잘 보여준다.
초반에 그녀는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지며 좌절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이력서를 쓰며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마음을 다잡는다.

그 과정에서 단이는 남들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예전에는 ‘경력단절녀’라는 꼬리표가 자신을 규정한다고 생각했지만
출판사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일하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자신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내가 나를 믿는 순간부터 변화가 시작된다’는 희망을 전한다.
이처럼 단이의 도전은 개인적 성공을 넘어서
사회가 규정한 역할의 틀을 깨고
다시 한 번 자신을 주인공으로 삼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관계 속에서 되살아나는 감정 ― 사랑과 우정의 경계를 넘나들다

 

드라마의 또 다른 핵심은
단이와 차은호(이종석 분) 사이의 관계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오랜 친구였고
서로에게 특별하지만 한 번도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명명하지 못한 관계였다.

그러나 단이가 출판사에서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은호는 단이를 바라보며 설렘과 애정을 느끼지만
그 감정이 우정인지 사랑인지 쉽게 정의하지 못한다.
단이 역시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온 만큼
그 관계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다.

이들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사랑이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다가오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사랑은 불꽃처럼 갑자기 타오르기도 하지만
이처럼 오랜 우정 속에서 서서히 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또한 은호가 단이를 향해 건네는 지지와 이해는
관계 속 감정의 회복을 보여준다.
누군가가 진심으로 나를 바라봐주고
나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안아줄 때
감정은 다시 살아난다.

사람들은 종종 사랑을 거창한 로맨틱한 순간으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사랑은 이렇게 아주 작고 꾸준한 이해와 관심 속에서 만들어진다.
이 드라마는 그 섬세한 과정을 따뜻하게 담아낸다.

은호와 단이의 관계가 인상적인 이유는
단순히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했다는 로맨틱한 구도가 아니라
감정을 섣불리 규정하지 않고 끝까지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에 있다.
은호는 단이를 향한 감정이 깊어질수록
조급하게 다가가기보다는
그녀가 다시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옆에서 묵묵히 지지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잊기 쉬운 감정의 형태다.
요즘 많은 관계가 즉각적이고 빠른 감정 소모로 끝나지만
은호와 단이의 관계는 ‘기다림’과 ‘배려’를 통해 깊어진다.
서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함께 성장해가는 그 모습은
진정한 사랑이란 결국 상대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단이 역시 은호와의 관계를 통해
타인과의 연결이 두려움이 아니라 위로가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이것은 곧 그녀의 감정 회복이 

타인과의 건강한 관계 속에서 가능했음을 의미한다.
사랑은 나를 잃는 것이 아니라
나를 회복하는 감정이라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책이라는 매개체 ― 잊힌 감정을 깨우는 감성적 장치 

 

‘로맨스는 별책부록’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이야기의 무대가 출판사라는 점이다.
책은 이 드라마에서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감정을 되살리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책을 만들기 위해 원고를 읽고
문장을 다듬고,
표지를 디자인하고,
출간을 준비하는 전 과정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어떤 이는 과거의 상처를 회상하고,
어떤 이는 새로운 가능성을 떠올리며,
또 어떤 이는 자신이 왜 책을 사랑했는지를 다시금 깨닫는다.

특히 단이는 책을 만들며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고,
현재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책이라는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대상은
잊혀졌던 감정들을 현실로 끌어올리는 힘을 발휘한다.

시청자들 역시 이 장면들을 보며,
자신이 마지막으로 설레며 책을 읽었던 순간을 떠올리게 된다.
그 기억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지금의 삶에도 여전히 감정의 불씨가 남아 있음을 상기시킨다.

결국 이 드라마는
책을 통해 감정을 회복하고,
삶을 다시 써 내려갈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출판사라는 공간은 단이뿐 아니라
드라마 속 모든 인물들에게 감정을 회복하는 ‘치유의 장’으로 그려진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감정을 공유한다.

이 과정은 책이라는 매체가 단순한 지식 전달 수단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감정적 다리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한 아이를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 동화책을 만드는 장면은
‘책이란 결국 누군가의 마음을 살리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또한 드라마는,
책이 인간의 감정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은근히 강조한다.
잊히고 퇴색되는 감정들도
책 속에 담기면 오래도록 남아
다른 이들의 마음에 다시 불씨를 옮겨준다.

단이가 편집자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과거의 자신을 책 속 문장처럼 다시 읽어내는 모습은
감정이야말로 삶의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일깨운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단순한 로맨스 드라마가 아니다.
이 작품은 감정이 소모품처럼 취급되는 현대 사회에서
‘감정의 회복’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이야기한다.

단이는 다시 자신의 삶을 써 내려가며
감정을 억누르던 서랍을 열어젖힌다.
그녀가 회복한 것은 직업적인 성공이나 화려한 커리어가 아니라
바로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우리가 삶 속에서 놓치고 살았던 것들은
대부분 감정이다.
설렘, 자존감, 사랑, 열정 같은 것들.
이 드라마는 그 감정들이 결코 사라지지 않았음을,
단지 우리가 오랫동안 들여다보지 않았을 뿐임을 말해준다.

‘별책부록’이란 본래 책의 부록이지만
어쩌면 인생에 있어서 ‘감정’이 바로 그런 별책부록일지도 모른다.
본편처럼 중요하진 않아 보여도
결국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건 그 작은 감정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감정을 되살린다는 것은
곧 삶을 다시 쓰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시작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부터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