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사직구장을 울린 마지막 타석, 감정의 의식화

by 궁금해봄이6 2025. 9. 11.


야구는 단순히 공을 던지고 치고 달리는 경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는 수많은 감정이 교차한다.
특히 오랜 시간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선수가 그라운드를 떠나는 순간은 

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2022년 10월.
부산 사직구장은 특별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롯데 자이언츠의 프랜차이즈 스타.
그리고 한국 야구의 대표적인 강타자였던 이대호가 

마지막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를 향한 날이었다.

 

그날은 단순한 ‘마지막 경기’가 아니었다.
한 선수의 커리어가 집약되고.
팬과 동료.
그리고 도시 전체가 하나의 감정을 공유한 의식과도 같은 순간이었다.

은퇴 경기는 단순히 “선수 생활의 끝”을 알리는 의식이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삶을 정리하고.
수많은 기억과 감정들을 공적인 장치 속에서 드러내는 

‘감정의 의식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대호의 은퇴 경기를 바라보며 우리는 한 개인의 스포츠적 여정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 은퇴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감정이 어떻게 제도화되며.
또 어떻게 집단적 공감을 형성하는지 목격할 수 있었다.

팬들은 눈물을 흘렸고.
동료 선수들은 차례로 포옹을 나누었으며.
이대호는 끝내 울먹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닌.
사회적 의례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즉. 은퇴 경기는 감정을 정리하고.
공유하고.
승화시키는 장치였다.


이 글에서는 이대호의 은퇴 경기를 중심으로.
그날이 어떻게 ‘감정의 의식화 과정’으로 작동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사직구장을 울린 마지막 타석, 감정의 의식화
사직구장을 울린 마지막 타석, 감정의 의식화

 


개인의 서사와 집단의 기억이 만나는 순간

 

이대호는 단순한 야구 선수가 아니었다.
그는 롯데 자이언츠의 상징이었고.
부산 야구의 자존심이었다.
그의 방망이는 언제나 팬들에게 기대와 희망을 안겨주었고.
그의 존재 자체가 팀의 아이덴티티였다.

그가 마지막으로 타석에 들어서던 순간.
사직구장은 수만 명의 팬들로 가득 차 있었다.
팬들은 일제히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그의 한 스윙 한 스윙을 눈에 새겼다.
이는 단순한 응원이 아니라.
기억을 남기려는 집단적 행위였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개인의 서사가 집단의 기억으로 흡수되는 과정을 본다.
이대호의 커리어는 한 개인의 업적이지만.
그의 마지막 순간은 

팬들과 도시가 함께 공유하는 집단적 기억으로 자리 잡는다.
이 과정에서 감정은 더욱 선명해지고.
의례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즉. 은퇴 경기는 개인의 이야기를 사회적 기억으로 전환하는 통로였다.
그 순간 팬들은 단순한 관중이 아니라.
기억의 공동 생산자가 되었던 것이다.

이대호의 은퇴 경기를 통해 드러난 장면 중 인상적인 것은, 

팬들과 선수 모두가 그의 커리어를 

자기 삶과 연결해 기억했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부터 사직구장을 찾던 팬들에게 

이대호는 단순한 선수 그 이상이었다.
그는 청소년기의 추억, 가족과 함께한 주말의 기억, 

그리고 친구들과 나눈 대화 속에 늘 자리했던 존재였다.
따라서 그의 마지막 순간은 

개인의 과거가 집단적으로 소환되는 자리였다.

특히 은퇴 경기 당일, 사직구장에 모인 팬들의 눈빛은 

“마지막”이라는 단어에 담긴 무게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대호가 타석에 들어서자, 어떤 이는 소리 내어 울었고, 

어떤 이는 묵묵히 영상을 찍으며 감정을 기록했다.
이는 ‘응원’의 차원을 넘어 ‘증언’의 행위였다.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음을, 

그리고 이대호와 함께 시간을 공유했음을 남기려는 집단적 욕구였다.

이러한 장면은 결국 스포츠가 단순히 경기의 승패를 넘어서 

삶의 일부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선수의 서사가 팬 개개인의 삶과 겹쳐지고, 

그것이 다시 집단의 기억으로 확장될 때, 

은퇴 경기는 사회적 의미를 획득한다.
즉, 이대호의 은퇴는 단지 한 시대의 종언이 아니라, 

수많은 개인의 삶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집단적 감정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감정의 제도화와 의례적 장치

 

스포츠에서 은퇴 경기는 일종의 제도화된 의례다.
구단은 특별 영상을 준비하고.
선수는 가족과 함께 경기장에 들어서며.
팬들은 하나의 퍼포먼스를 연출한다.
이 모든 과정은 자발적이면서도 동시에 형식화된 의례적 장치다.

이대호의 은퇴 경기에서도 이 의례적 장치는 분명히 드러났다.
경기 전 구단이 준비한 영상은 

그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커리어를 담았다.
관중석에서는 “이대호”를 외치는 떼창이 이어졌고.
상대 팀 선수들까지도 경례와 존중의 박수를 보냈다.

감정은 여기서 자연스럽게 제도화된다.
눈물.
박수.
환호.
그리고 침묵까지 모두 의례의 일부가 된다.
개인의 감정이 집단적 질서 속에서 승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화는 단순히 ‘마지막 인사’의 기능을 넘어서.
감정을 의식적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공동체가 함께 느끼도록 만든다.
따라서 은퇴 경기는 일종의 감정 교육이자.
공동체 의식의 재확인 장치라 할 수 있다.

의례는 언제나 형식과 자발성 사이에서 작동한다.
이대호의 은퇴 경기 또한 마찬가지였다.
구단이 준비한 순서와 이벤트는 형식이었고, 

팬들의 눈물과 함성은 자발성이었다.
이 둘이 결합하며 감정은 제도화되었고, 

그 속에서 은퇴는 단순한 ‘끝맺음’이 아닌 ‘새로운 의미 부여’로 변모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장면은 경기 전후의 연출이었다.
구단은 그가 입단한 순간부터 해외 진출, 그

리고 귀환까지의 커리어를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이는 선수의 시간을 압축하여 집단적으로 공유하는 장치였다.
또한 동료 선수들이 한 명씩 나와 헹가래를 하며 포옹을 나눈 장면은 

감정의 교차점을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팬들 역시 자연스럽게 이 제도화에 참여했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이대호’를 연호하며 

경기장을 하나의 제의적 공간으로 만들었다.
심지어 상대 팀 선수와 코치진까지도 박수를 보내며 의례에 동참했다.
스포츠라는 경쟁의 장이 은퇴라는 이름 앞에서 

공동체적 연대의 장으로 변한 것이다.

이처럼 감정의 제도화는 개인의 감정을 모두가 나누도록 조직한다.
따라서 은퇴 경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사회적 교과서와 같다.
사람들은 그 의례를 통해 

‘우리가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존재’임을 확인하고, 

공동체적 유대감을 재확인한다.

 

 


은퇴 이후 남겨진 감정의 잔향

 

은퇴 경기는 끝났지만.
그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팬들은 이대호의 마지막 타석 장면을 반복해서 영상으로 보며.
그날의 울림을 다시 체험한다.
이는 집단적 추모의 행위이자.
기억을 재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대호 스스로도 은퇴 이후 방송과 인터뷰에서 

“아직도 팬들의 함성이 생생하다”고 고백했다.
즉. 은퇴 경기는 끝이 아니라.
감정의 잔향을 사회적으로 순환시키는 출발점이 된다.

팬들은 그를 단순한 ‘옛 선수’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롯데의 4번 타자’로 기억한다.
이것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에도 여전히 작동하는 정체성이다.

은퇴가 개인의 퇴장이 아니라.
새로운 서사의 출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감정의 의식화 과정은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한 선수의 은퇴는 결국 공동체가 공유하는 감정적 자산으로 남기 때문이다.

은퇴 경기가 끝나고 시간이 흘렀지만, 

그날의 감정은 여전히 팬들과 사회 속에 살아 있다.
많은 팬들은 경기 직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며,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서로 확인했다.
이는 단순한 기록 공유가 아니라, 

감정의 연장선이었다.
사람들은 댓글과 대화를 통해 다시 눈물을 흘리고, 

다시 웃으며 그날의 감정을 반복적으로 재경험했다.

또한 방송과 언론은 이대호의 은퇴를 지속적으로 회고했다.
그의 인터뷰가 기사로 실릴 때마다 팬들은 

여전히 그 순간을 떠올렸다.
이처럼 은퇴는 단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이후에도 파문처럼 번지며 사회적 담론으로 이어졌다.

특히 지역 공동체에서의 의미는 더욱 뚜렷했다.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이대호는 

단순한 스포츠 스타가 아니라 정체성의 일부였다.
그의 은퇴 이후에도 팬들은 

“영원한 롯데의 4번 타자”라는 호칭으로 그를 부르고, 

그 기억을 후대에 전한다.
이것은 곧 은퇴 경기가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서사의 출발점임을 증명한다.

이대호의 은퇴 경기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었다.
그것은 감정의 의식화 과정이었다.
개인의 커리어가 집단의 기억으로 전환되는 순간이었고.
사적인 감정이 제도화된 의례 속에서 공적 의미를 획득하는 자리였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기록과 승부의 세계다.
그러나 은퇴라는 장치는 기록과 승부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 감정의 무게를 드러낸다.
팬들이 울고 웃으며 함께 했던 순간은.
결국 ‘기억으로서의 감정’을 사회에 남긴다.

이대호의 은퇴는 부산이라는 도시.
롯데라는 구단.
그리고 한국 야구 전체의 역사 속에 특별한 페이지로 기록되었다.
그날 사직구장에서 울려 퍼진 함성은 단순한 환호가 아니라.
집단적 감정의 공명.
그리고 의례로서의 울림이었다.

결국 은퇴 경기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그 잔향은 팬들의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살아 숨 쉬며.
공동체의 정체성과 기억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대호의 은퇴 경기를 통해 우리는 스포츠가 단순한 오락을 넘어.
감정을 조직하고.
기억을 만드는 사회적 힘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