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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다시 중심이 된다

by 궁금해봄이6 2025. 7. 23.


"대입 정시 확대,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는 불리한가"

2025학년도 대입부터 서울 주요 대학을 포함한 전국 대학들의 정시 모집 비율이 

최대 40% 이상으로 확대된다.
이른바 '정시 확대' 정책은 

문재인 정부 당시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중심 구조를 뒤집는 결정으로,
현재 중·고교생은 물론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정시 확대는 수능이라는 공정한 기준을 강화해 

입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능 중심 입시는 오히려 고소득층에게 유리하며, 

사교육 경쟁만 심화시킨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수능은 점수로 순위가 정해지는 구조이기에, 

수험 전략과 정보력, 사교육 자원이 풍부한 환경에 있는 학생이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구조적 비판이 지속되어 왔다.

이번 글에서는 

정시 확대 정책의 변화가 교육 현장과 수험생, 

사회 전반에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오는지,
그리고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공정과 형평성의 균형 지점은 무엇인지 

짚어보려 한다.

수능이 다시 중심이 된다
수능이 다시 중심이 된다

 

 

 

 

왜 다시 정시인가? 정책 배경과 방향

 

정시 확대 정책은 단순한 비율 조정이 아니다.
이는 입시 제도의 철학,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교육 이념까지 뒤흔드는 중대한 변화다.

2015년 이후 대입은 학종 중심으로 전환되며, 

학교 생활기록부의 질과 진로역량, 비교과 활동, 면접 등 

정성적 요소가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학종은 시간이 갈수록 ‘깜깜이 전형’, ‘교사 추천서 의존’, 

‘학생 간 정보 격차’ 등의 문제를 낳았고,
그 결과 “누가 합격했는지, 왜 붙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누적되었다.

특히 조국 사태 이후 ‘입시 공정성’이 정치·사회적 이슈로 비화되며,
정부는 수능이라는 명확한 기준을 중심으로 한 정시 비중 확대를 

본격 추진하게 되었다.

2025학년도부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의 정시 비율은 

전형 총합의 40% 이상으로 상향되고,
수능 위주 전형이 다시 핵심 전형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은 

‘점수 중심 평가’의 명확성과 객관성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사교육 의존도 상승, 지방 일반고 소외, 

교육 다양성 약화 등의 우려를 함께 불러오고 있다.

정시 확대 정책은 

‘수능은 공부만 잘하면 누구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특히 입시에서의 ‘불공정 논란’이 사회적 불신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는 비교적 측정 가능하고 표준화된 수능을 통해 

제도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정’은 곧 ‘점수 기반 평가’로 환원되었고,
학생부 종합전형이 내포하고 있던 개별 역량 평가, 성장 과정 중심 평가는
‘깜깜이 전형’, ‘부모찬스 논란’ 속에 불신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수능 중심 입시로의 회귀는 단순히 제도 신뢰 회복을 넘어서
‘공정의 형식’에만 집착하고, 

본질적인 교육의 질이나 다양성 문제를 간과하는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게다가 정시 확대는 대학들의 교육철학에도 영향을 미친다.


입학생들의 역량이 수능 점수에 지나치게 집중되면서,
대학은 전인적 역량보다는 정량적 서열 위주 선발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 흐름은 입시의 균형감각을 잃게 만들 수 있으며,
정시 확대가 장기적으로 학생, 교사, 학교 모두에게 

획일화된 평가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정시 확대가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이유


표면적으로는 수능이 공정한 시험처럼 보인다.
모든 학생이 같은 시험을 치르고, 점수로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시험이라는 공정한 제도를 준비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위권 수험생 대부분은 전문 입시학원 커리큘럼, 

강사, 모의고사 분석팀 등을 갖춘 학군 중심지에 거주하며
평균 3년 이상의 누적 준비를 통해 정시를 대비한다.

반면 농어촌 일반고, 저소득층 학생, 맞벌이 가정 청소년 등은
정보력 부족, 반복학습 기회 미흡, 수험 상담 인프라 부족 등으로
같은 시험을 보더라도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없는 구조에 놓인다.

더불어 수능은 단순 지식뿐 아니라 

문제풀이 기술, 시간 안배, 최신 출제 트렌드 대응력 등
고도의 시험 전략이 요구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교육과 고가 컨설팅, 

기출 분석자료 등에 접근 가능한 상위 계층일수록 더 유리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지역 간 정보 격차도 무시할 수 없다.
일반고는 수능 중심 진학 지도가 취약하고,
대학별 논술, 특기자 전형 축소로 인한 대안 부재 상황에서
결국 학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론적으로 정시 확대는 형식적 공정성을 확보할 수는 있어도,
실질적인 기회의 평등은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불완전한 공정’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은 실제 수험생과 학부모의 행동 양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정시 비중이 확대되자, 서울 강남·목동·분당 등 이른바 ‘교육특구’에서는
수능 전문 학원과 컨설팅 업체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중학생부터 ‘조기 수능 준비반’에 등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사교육 시장은 이를 기회로 삼아
‘정시 반영 비율 분석’, ‘대학별 문항 트렌드 적중률’ 등을 앞세운
고가 수능 대비 패키지 상품을 대거 내놓고 있다.
이는 사실상 정보력과 경제력이 곧 수능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구조임을 방증한다.

또한 고등학교 내부에서도 수시 대비용 비교과 활동을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정시 대비 중심의 수업 편성이 이루어지는 등
학교 교육이 입시 중심으로 획일화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시는 같은 시험이라도
누군가는 전문가의 첨삭과 데이터 분석 속에, 

누군가는 인터넷 강의 한 편에 의지한 채 치르는 시험이 된다.
이러한 구조가 유지되는 한, 수능이 아무리 공정한 시험이라 해도
그 준비 과정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공정성과 다양성 사이, 우리가 고민해야 할 방향


정시는 분명히 기준이 명확하고, 관리가 용이하며,

부정행위 개입 가능성이 낮은 제도다.
그렇기에 대입의 한 축으로서의 존재는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문제는 

‘수능만이 공정하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을 지배할 때 발생한다.

입시는 단순히 줄 세우기가 아니라,
학생의 역량, 적성, 성장 경험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 점에서 학종과 같은 정성평가의 장점은 여전히 중요하다.

실제로 많은 교육전문가들은
정시와 학종, 논술, 지역균형 등의 전형이

‘균형 있게 공존하는 구조’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즉, 특정 전형이 독점하지 않고 학생의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입시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수능 자체도 변화해야 한다.
현재의 지식 암기 중심에서 벗어나, 

사고력, 문제 해결력, 융합적 사고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개선된다면
정시 역시 교육의 다양성과 연계될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 대입 제도 개편 시,
공정성과 형평성, 그리고 교육 철학 간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더욱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우리는 입시제도를 단순히 ‘더 공정한 쪽’으로 돌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공정이라는 이름 아래 교육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정시는 학생의 한 시점의 성취만을 측정하지만,
학종은 오랜 기간 쌓아온 성장 경험과 도전, 협업, 창의력 등
다양한 능력을 입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따라서 현재 필요한 것은 

수능과 학종이 양립 가능한 제도 설계와 

학교 현장의 실현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취평가제 확대, 자기주도 학습 기록 강화,
학교 기반 프로젝트 수행 실적 등을 평가 항목으로 병행하면
정량 평가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또한 지방 및 취약 계층 학생에 대한 정시 내 지역균형 선발 확대,
농어촌 거점고 대상 맞춤형 수능 대비 지원 정책 등
출발선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보완장치 마련도 병행되어야 한다.

입시는 단순히 누가 1등인지 가리는 구조가 아니라,
각기 다른 출발선에 있는 학생들에게 

진정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설계여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공정이고, 지속 가능한 교육의 방향이다.


 

 정시 확대는 교육제도 개편 중 하나의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문제는 그것이 진정으로 ‘기회의 공정’을 만들어내고 있는가이다.

수능이 객관적인 시험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시험을 누구는 전략적으로, 누구는 독학으로, 

누구는 포기한 채 준비하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진짜 공정은 시험의 공정성만이 아니라, 

그 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의 평등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균형이 깨질 때, 

교육은 더 이상 희망이 아닌 계층 재생산의 도구가 될 수밖에 없다.

정시가 중심이든, 학종이 중심이든,
중요한 것은 학생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역량과 노력으로 

기회를 설계할 수 있는 입시 구조다.

이제 우리는 묻는다.
정시 확대, 과연 누구를 위한 변화인가?
그 답은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